[이사람] 연예계 돈킹 꿈꾸는 '미완의 성악도'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5시 05분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꿈꾸던 모스크바 유학생이 연예인 매니저로 둔갑했다.
이정준씨(30).
KBS 1TV 일일연속극 '살다보면'에서 최장수역을 맡고 있는 탤런트 김정민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실 성악가와 매니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대에 서느냐, 세우느냐의 차이다.
예비 파바로티가 악보를 덮은 이유는 뭘까.
이씨가 모스크바에 입성한 것은 지난 92년초.
추계예대 성악과를 졸업하자 마자 '국내 성악가 1호 박사'를 목표로 차이코프스키음악원에 뛰어들었다.
"꼬박 4년간 득음(得音)을 위해 테너와 바리톤이란 녀석을 붙들고 씨름을 했어요."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가정형편이 더 이상의 유학생활을 허락하지 않았다.
96년초 귀국한 이씨는 그해 7월 이벤트업체 (주)전진기획에 몸담으면서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성악을 하면서도 꾸준히 관심을 둬왔던 분야라 쉽게 적응을 했습니다."
이씨의 첫 일은 신인발굴.
그저 진종일 사람구경을 하며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래, 저 얼굴이야' 싶으면 지체없이 다가가 명함을 내밀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중인 여학생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1m87, 120㎏의 거구다 보니 인신매매범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밤에는 일을 삼갔다.
그러기를 1년7개월여.
이씨는 지난 2월 마침내 김정민을 맡으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러니 방송가에 진출한 지는 100일도 채 안됐다.
하지만 그 바닥의 웬만한 사람들은 그를 다 안다.
하도 커서 눈에 띄는 데다 워낙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그와 술자리 한번 같이 해본 사람도 영원히 그를 잊지 못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들이붓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딱 한잔'하러 가서 마신 술이 소주 20병.
허리띠를 풀고 맥주를 붓기 시작하면 2만cc는 거뜬하다.
말이 2만cc지 500cc짜리 40잔으로 서너양동이는 족히 된다.
그래도 취해본 적이 없다.
"요즘엔 일 때문에 거의 안 마셔요. 가끔씩 소주 대여섯병 정도로 목만 축이죠."
이씨는 주량 만큼이나 꿈도 크다.
'핵주먹' 타이슨을 만들어낸 세계적인 프로모터 돈 킹.
바로 연예계의 돈 킹이 되는 것이다.
"기왕 이 길로 들어선 이상 제대로 한번 해봐야죠. 그래서 미국유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