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다시뿌린 155km 광속구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4시 33분
박찬호가 공격적인 투구를 할 경우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2회말 저메인 알렌스워드와의 승부가 박찬호의 공격적인 자세를 그대로 반영해준다.
알렌스워드는 박찬호를 상대로 통산 6타수 4안타에 홈런까지 하나 기록했으며 올시즌 3할8푼을 치며 내셔널리그 타격 랭킹 4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박찬호는 초구부터 시종일관 강속구를 꽂아대며 정면승부를 걸었다.
풀카운트에서 8구째 다시 152㎞의 강속구가 날아들자 알렌스워드는 속수무책, 멍하니 서서 삼진을 먹고 고개를 숙였다.
8구가 모두 강속구였다.
알렌스워드는 4회말에도 153㎞ 직구에 헛스윙으로 물러나 완벽하게 당했다.
최고 시속 155㎞를 기록한 박찬호는 변화구의 구사를 크게 줄이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속구로 피츠버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에 14개의 공중 9개의 직구를 던진 박찬호는 2회에는 18개중 단 2개만 변화구를 던지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직구 승부였다.
2회초 타자 일순하며 동료들이 순식간에 5점을 뽑아내자 박찬호는 한층 자신감에 넘치는 공을 뿌려댔다.
2회 무사 만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것은 그의 신바람을 잘 말해준다.
총 69구중 12개만이 변화구였고, 나머지는 모두 직구로 시속은 152∼155㎞를 오갔다.
박찬호는 지난달 한때 한 게임 투구수의 절반이 변화구일 정도로 직구의 구사비율이 떨어졌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변화구로 상당히 재미를 본 것이 오히려 자신의 강점인 강속구를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은 상대 타자들로 하여금 박찬호를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꼴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28일 밀워키전에서 직구 비율을 73％로 끌어 올렸던 박찬호는 이날 83％의 직구를 구사했고, 결과는 5이닝 2안타 무실점이었다.
5회만 던지고 다시 허리 통증으로 교체된 것이 걸리지만 `코리안 익스프레스'라는 별명에 걸맞는 위용을 다시 찾은 것은 큰 수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