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 훈9단●김동면 6단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4시 33분
제9보(135~152)=바둑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끝까지 한치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것이 바둑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중앙에서 큰 이익을 본 백이 쉽게 골인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 바둑이 좌변에서 백의 방심으로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흑으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 그런데 여기서 흑은 천금같은 역전의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키고 마는데 35가 그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밀고 들어가서는 좌하귀에서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좌하귀와 하변은 묘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흑이 그것을 감지해 냈으면 멋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낼 수 있었던 것. 좌하귀 자체는 어떻게 두어도 백이 산다. 문제는 그 사활을 교묘히 이용해 하변 백말을 잡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 그림이 [참고도 1]이다. 일단 흑 1로 치중해야 뭔가 얻을 수 있다. 백 2, 4가 어쩔 수 없을 때 흑 5가 묘수다. 바둑의 전법에서 이른바 `도남의재북'에 해당하는 수다. 지금 공격은 남쪽(좌하귀)에서 하고 있지만 원래의 뜻은 북쪽(하변)에 두고 있는 수.
또한 흑 5는 좌하귀와 하변 백을 동시에 노리는 양수겸장의 한수다. 백 6으로 살지 않을 수 없을 때 흑 7이면 하변이 잡혀 그대로 역전이다. 흑 5가 하변 백말의 사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참고도 2] 백 1로 하변을 살리는 것은 흑 2, 4로 좌하귀가 간단히 잡힌다. 흑 35는 이런 수단을 모두 무산시킨 패착이었다. 흑 45는 던질 곳을 찾은 수. 48에 지켜두는 것이 정수다. 백 46, 48로 끊겨 52까지 좌변 흑말이 잡혀서는 하변에 관계없이 승부 끝.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