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 35년만에 악극 출연 노익장 과시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4시 33분
스포츠조선 주최, 서울 뮤지컬 컴패니 제작으로 7일부터 정동이벤트홀에서 펼쳐지는 악극 버라이어티쇼 `그때 그쇼를 아십니까'가 더욱 기다려지는 건 추억의 인물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시절, 힘이 됐던 노래의 주인공과 조우하는 기분은 진하다.
`아아 신라의 밤이여/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지나가는 나그네여, 걸음을 멈추어라….' 전주만 들어도 가수의 독특한 창법이 웃음과 함께 떠오르는 그때 그 노래, `신라의 달밤'. 48년 해방의 감격을 더욱 벅차게 만들었던 노래의 주인공 현인（79）.
`그때∼'의 무대에서 바로 그를 만날 수 있다. 10분짜리 콩트 `초친술'이 그가 35년만에 다시 서는 악극 무대다. 후배가수 남진을 사또로 보위하는 이방역을 맡아 정열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2부 중간에선 그의 힘찬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우에노 음악대학을 마치고 들어간 `성보' 악극단에서 첫 인연을 맺었지. 42년도였나. 음악선생으로 시작했다 노래까지 부르게 됐지."
일본의 징용을 피해 떠난 중국 상해에서 `유행가' 가수가 됐고 해방 이듬해 귀국, 황해 등과 악극단 `19번가'를 이끌었다. 이즈음 취입하게 된 게 `신라의 달밤'. 이 곡의 대히트와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6.25 이후 줄줄이 인기곡을 발표하며 가요계를 휩쓸었다.
`전우여 잘자라' `굳세어라 금순아' `비내리는 고모령'과 같은 전시 노래 외에도 `서울야곡' `베사메무초' `럭키서울' `인도의 향불', 샹송번안곡 `고엽', 중국곡 `꿈속의 사랑'까지 히트시켰다. 당시 가는 곳마다 여학생들의 추종을 받은 `오빠부대' 원조다.
"TV 같은 대중매체가 없었던 당시엔 악극이 최고의 오락이었지. 1천명씩 꽉꽉 찬 무대에 오르면 참 대단했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새기며 준비하는 악극 `초친술'은 그래서 더 새롭다. `그때∼'로 현대판 악극이 부활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74년 미국 이민 후 제2의 고향이 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올 가을경엔 일본 가수협회 회장인 다바타 요시오와 듀엣 공연을 계획중이다. 그 옛날 샹송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했듯 일본가요가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도록 힘을 쏟겠다는 포부가 젊은이 못지 않았다.
[김소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