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 '눈물연기 거짓말이 아니예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04일 14시 33분
그녀가 요즘처럼 많은 눈물을 흘려 본 적은 없다.
바람처럼 다가온 남자, 그가 너무도 아픈 사랑을 예고하는 탓이다.
탤런트 배종옥의 `눈물연기'가 장안의 화제다. 사랑을 막 싹틔우는 청춘남녀는 물론 시장터의 아줌마들도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환호성을 터뜨리는 사람들은 제작진 뿐이다. `가슴이 저려서 못보겠다'는 여성 시청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배종옥이 열연중인 프로는 KBS 2TV의 미니시리즈 `거짓말'（노희경 극본 표민수 연출）.
`모든 사랑은 시작이 있듯 그 끝이 있다/ 나중에라도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마, 그말 믿고 너한테 매달리게 되는거 싫어.'
배종옥은 대본을 받아든 순간부터 눈물을 한 되나 쏟았다. 대사가 시의 한구절처럼 섬세했다.
극중 토털 인테리어인 배종옥（성우역）은 아픈 사랑을 3번 경험한 노처녀. 다시는 사랑같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직장 후배 이성재（준희역）에게 `안돼 안돼'하며 감정이 끌려간다.
이성재는 기혼에다 연하. 귀엽고 친구같은 유호정（은수역）이 그의 아내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이성재는 아내에게 배종옥과의 만남을 숨기지 않는다. 배종옥은 부부사이에 끼어들어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다. 그래서이를 악물고 이성의 힘으로 버틴다.
하지만 성당의 고백실. 그녀는 이성재에게 끝내 이렇게 고백하고 만다.
"널, 사랑한다. 아멘."
배종옥은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싣느라 밤을 새운다.
"우리 연애할래."
그녀의 마음을 이성재에게 드러낸 결정적인 대사였는데 100번 이상 연습했다.
배종옥은 눈물을 쏟기위해 촬영전 자신에게 가장 슬펐던 기억 서너가지를 설정한단다. 그중의 하나는 해피엔딩으로 맺지 못한 그녀의 아픈 사랑이리라.
"저에게도 그런 사랑이 닥친다면요? 아마 피하고 싶을 거에요."
연기생활 13년동안 주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역할을 해왔던 배종옥.
`거짓말'로 그녀는 진정한 `멜로와 눈물의 여왕'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