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레드먼드 '반상에 휘몰아친 백색공포'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08분
한 일 중 3국 기사들이 주름잡는 세계바둑 `무림'에 파란 눈의 백인 기사가 나타나 `반상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동양의 고수'들을 궁지에 빠트리고 있는 `백색 돌풍'의 주인공은 미국인 프로8단 마이클 레이먼드씨（35）.
그는 최근 일본의 제46기 왕좌전 16강전에서 2년 연속 `대삼관'을 차지했던 조치훈 9단을 불계승으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에 올랐다.
마이클 레이먼드 8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은 일본 기사들 뿐만이 아니다.
마이클 레이먼드 8단은 국제대회에서 2차례나 `된장 바둑'의 대명사 서봉수 9단을 물리쳤으며, 올해 동양증권배에서도 백성호 9단과 정현산 6단, 김영환 4단을 차례로 격파하고 8강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는 아직 한번도 바둑 `지존'의 자리에 오른 적은 없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국제대회마다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동양증권배 대회때 우리나라에 왔던 그는 "프로기사 활동 외에 다른 직업은 일체 갖고 있지 않으며, 오직 바둑에만 전념할 생각"이라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그가 바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1살 때인 지난 74년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영문으로 된 바둑 책을 접한 뒤 바둑의 매력에 빠져 아들에게도 적극 권장했던 것.
바둑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는 14세때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오에다 유스케 9단의 문하에서 본격적인 바둑 수업을 쌓아나갔다.
18살 때 일본기원의 프로 기사로 입단한 뒤, 지난 92년엔 서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신인왕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기풍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싸움바둑.' 그래서 전투에 강한 한국 바둑을 특히 좋아한다고.
일본 도쿄에서 살고 있는 그는 중국의 여류프로기사인 시앤시엔 니우 2단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