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여우-늑대를 이긴 토끼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08분
햇빛이 요즘처럼 따사롭기 그지없는 어느 스프링 데이.
예쁜 처녀토끼 한명, 아니 한 마리가 자기 굴에서 나와 숲속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위 뒤에서 여우가 기척도 없이 나타나 토끼를 가로막았다.
흉칙하게 생긴 여우는 침을 질질 흘리며 말했다.
"푸하하! 고거 참 맛있게 생겼다. 이걸 먹고 먹어, 그냥 먹어?"
처녀토끼, 예쁜 눈망울을 굴리며 "여우님! 하루만 기다려 줄 수 없어요?"
"안되겠는데! 난 지금 배랑 또 거시기가 매우 고프거든!"
"제 얘길 잘 들어 보세요! 전 지금 논문을 쓰고 있어요. 제목이 뭔지 아세요? `토끼가 여우와 늑대를 이기는 법'이죠!"
"얘가 여우님을 웃겨도 한참을 웃기는구나! 너 토끼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나 늑대를 이기지 못해!!"
"아니에요. 논문은 거의 끝나가요. 정 궁금하시거든 굴 안에 들어가서 제 글을 읽어보세요."
여우는 호기심이 생겨 토끼를 따라 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날 이후 숲속에서 그 여우는 더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며칠 후.
토끼가 또 공원에서 놀고 있는데 이번에는 늑대가 덮쳤다.
토:"잠깐만요, 늑대님! 지금 절 잡아 먹지 마세요."
늑:"후후! 앙탈을 부리는 것이 더욱 귀엽고 맛있게 보이는군!"
토:"전 지금 `늑대와 여우를 이기는 토끼'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고 있어요. 굴안에 들어가서 그걸 읽어보세요."
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든 늑대는 토끼를 따라 굴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늑대 역시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이윽고 토끼의 논문이 통과돼 그녀는 `석사토끼'가 됐는데 지도교수는 토끼집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곱상하고 연약한 토끼가 어떻게 여우와 늑대를 이기는 법을 익혔을까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굴안에서 토끼의 지도교수가 본 것은 낡은 컴퓨터 한 대&여우와 늑대의 뼈무덤이었다, 아니 그 곁에는 커다랗고 영양상태가 무척 좋은 사자 한마리가 식곤증이 들었는지 낮잠을 쿨쿨 드르렁∼ 자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토끼보다 더 약한 몸으로 IMF라는 늑대와 여우를 만나 싸우고 있다. 그렇다. 우리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머리를 쓰면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