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이효승 '브레이크 없는 페달'
기사입력 1998년 05월 01일 14시 54분
택시기사 출신의 경륜선수가 벨로드롬에서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우수급의 이효승(32．3기).
그는 4월30일 현재 12개 레이스에 출전, 1위 6회, 2위 3회의 성적을 거둬 승률 50%, 연대율 65%를 기록중이다.
지난 4월10∼12일에는 3연승을 거두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우수급의 보증수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훈련을 많이 한데다 컨디션도 최고다. 이번주 레이스에는 강적이 없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트랙 한바퀴(333m)를 20초에 주파하는 뛰어난 지구력은 정상급 선수인 원창용이나 김보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경륜전문가들의 분석.
약점으로 지적되던 조종술과 경주운영도 지난 겨울 훈련으로 보완해 당분간 우수급에서 경쟁 상대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로 경력 3년째인 이효승은 지난 95년 경륜 입문 당시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인물.
고교 시절(성동상고) 사이클 선수로 잠시 활동한 게 이력의 전부다.
하지만 훈련원 시절부터 파란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졸업을 앞두고 실시한 1㎞ 기록 측정에서 45명의 훈련원생중 당당히 1등을 차지한 것.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96년 7월 경륜선수로 데뷔한 그는 용석길과 함께 동료 가운데 가장 먼저 특선급에 진출하며 벨로드롬에 돌풍을 일으킨 것.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쾌속질주를 하던 그는 데뷔 석달뒤인 10월초 낙차사고로 무릎 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지난해에는 시즌초 어깨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시즌내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이 정도 부상을 당했으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소극적인 경주를 펼치기 마련.
하지만 그는 올시즌들어서도 사고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특유의 파워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나온 삶 자체가 그랬다.
고교 졸업후 우유배달과 두부장사를 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는 방위복무중에는 자전거대리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제대후에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화물트럭수와 용달차 운전수로 일하고 1년간 택시를 몰기도 했다.
"경륜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택시운전수가 됐을 겁니다. 성격상 모범택시보다는 총알택시가 맞을 것 같아요."
택시기사 출신의 경륜선수가 올 시즌 어떤 활약을 보일 지 벌써부터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