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판화] 오리지널리티 인정에 작가들 논쟁
기사입력 1998년 05월 01일 14시 54분
○…`작가 사후 남긴 원판을 타인이 판화로 찍은 `사후판화'도 오리지널리티가 인정되며, 이는 일반 리프로덕션（복제품）과는 차별화된다'.
서울지방법원이 1년 6개월간 끌어왔던 `오윤 사후판화' 소송건에 대해 최근 원고측인 학고재와 오윤기념사업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린 결론이다. 오윤판화를 리프로덕션으로 판단했던 미술세계는 5천만원의 배상금과 정정기사 게재를 요구받았으나, 항소할 예정.
○…이 사건을 두고 판화계는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일부에서는 `판화의 개념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사후판화' 개념도 도입될 수 있다'는 쪽인 반면, 또다른 쪽은 `판화작업후 원판 파기는 판화미술의 기본원칙인데, 이렇게 작가 사후 타인이 찍는 것을 인정하면 판화시장의 혼란은 걷잡을수 없다'는 의견.
몇몇 판화가들은 본사로 전화를 걸어 "앞으로 많은 판화가들이 판을 폐기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아들이나 손자 대대로 `사후판화'를 만들어팔면 어쩌겠는가." 또 "오윤은 생전에 소유개념을 무시하고 판화를 5만원에 팔았는데, 사후에 타인에 의해 제작된 판화는 장당 100만원 이상 고가로 팔린 게 문제였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판화학도들도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죽어서 유명해질지 모르니 판화 원판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자손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는 웃지못할 얘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
원고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가치정의가 혼란스런 `사후판화'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오윤기념사업의 취지를 바로 세우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