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숙] '기지촌 양공주폼 어때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29일 14시 34분


"야, 이 XX야! 까불지마!"

거침없이 욕설이 터져나오고, 의상도 울긋불긋 난해하기만 하다.

동그란 얼굴에 큼지막한 두눈, 그래서 순정만화의 주인공과 딱 어울리는 탤런트 조은숙이 놀랍게도 `양공주'가 됐다. KBS 2TV 주말드라마 `야망의 전설'의 `제니'.

말그대로 놀라운 변신이다. KBS 2TV `프로포즈', MBC TV `예스터데이', SBS TV `아름다운 죄' 등에서 이웃집 누나같은 순수한 이미지를 지켜왔던 조은숙에게선 상상할 수도 없었던 파격. 그러나 본인은 정작 담담하기만 하다.

"잘 어울리지 않아요? 연기자가 역을 가려셔야 되겠어요?"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투로 냉정하게（?） 말하는 조은숙의 표정은 오히려 적역을 만났다는 프로페셔널의 그 얼굴이다.

"두어시간만에 출연이 결정돼 사실 힘들었어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후다닥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이나 `제니'의 캐릭터를 잡기가 쉽지는 않더라구요."

드라마나 소설속에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술집여자'의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타락한 육체와 순수한 영혼'이라는 이분법이 기본. 조은숙이 연기하는 `제니'도 이 연장선을 따르고 있다.

지난 5회 방송부터 얼굴을 내민 조은숙은 극중 마산에서 상경한 최수종（정태）이 트럼펫 주자로 일하는 미군부대 클럽 양공주로 나온다. 무뚝뚝하지만 무언가 상처를 갖고 있는 그에게 연민을 느껴 말없이 사랑을 키워가는 `밤의 꽃'. 어린시절부터 그를 사랑해온 염정아（재희）가 상경하면서 눈물나는 3각 관계가 펼쳐진다.

"연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신파조로 흐르지 않으면서 순수함을 보여준다는게 솔직히 어렵거든요. 어쨌든 `얌전하던 조은숙이 변했다'는 말을 꼭 듣고 싶어요."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뒤 연기자로서 단맛 쓴맛 다봤다는 조은숙.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드라마에 주력하고 싶다는 조은숙의 변신이 안방극장에 작지않은 화제를 일으킬 전망이다.

[김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