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야구생방송] 명투수뒤엔 명포수 있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14분
"좋은 투수는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좋은 포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에서 육성해야 된다."
포수의 중요성을 말할 때 자주 비유되는 표현이다.
야구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흐름이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쉼없이 반복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포수들이 심리전의 명수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중 일어나는 모든 상황의 템포는 포수의 역할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전주구장에서 만난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현대로 트레이드된 박경완의 공백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면서 만약 박경완이 있었으면 아마 10게임에서 3승은 더 올렸을거라고 말했다.
위기에 몰린 투수의 입장에서도 포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당연히 흔들리게 되고 투구의 리듬이 흐트러져 결국 제구력 난조에 빠지게 된다.
또한 포수가 2루 송구에 자신이 없으면 주자가 있을때 투수 중심이 아닌 포수중심의 리드를 하다보니 볼카운트가 투수쪽에 불리해진다.
따라서 야수들의 수비위치에 변동이 생기면서 실점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최근 야구는 기동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단타를 치고 나간 주자가 마음대로 2루를 훔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단타는 2루타가 되고 만다.
이것은 단순히 2루타를 허용했다는 산술적인 수치보다 동료투수에게 주는 심리적 불안감이 더 큰 문제가 된다.
93년 해태와 삼성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1무4패로 밀린 삼성 우용득감독은 패배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에게 첫번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팀은 최선을 다했다. 투수력, 공격력에서는 결코 해태에 뒤지지 않았으나 포수의 싸움에서 완전히 졌다"고 밝혔다.
지난 70년대 박철순(OB코치)이 공군팀에서 활약할 때 가장 큰 약점이 제구력이었는데 그 결점을 당시 이종도(쌍방울코치) 포수가 하루 1∼2시간 가량의 개인훈련으로 고쳤다고 한다.
1구1구마다 결점을 지적하면서 성심성의껏 리드해준 것이 박철순투수가 대성한 요인이 됐다.
박철순코치는 "나는 이종도선배를 아직도 존경한다. 그 선배가 시키는대로 한 결과 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지금도 당당히 말한다.
투_포수 사이에 이러한 신뢰가 없으면 찰떡콤비를 이루기가 어렵다.
명투수가 있는 곳엔 반드시 명포수가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