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룡] '무대가 부르면 죽는날까지 연기하고파'
기사입력 1998년 04월 28일 14시 14분
`코미디의 제왕' 배삼룡（72）이 악극배우로 다시 무대에 선다.
그는 스포츠조선 주최, 서울뮤지컬컴퍼니 제작으로 5월 7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정동이벤트홀（구 문화체육관）에서 공연하는 악극쇼 `그때 그쇼를 아십니까'에 출연하는 것.
이 무대는 지난 60년대 극장무대를 주름잡았던 악극과 버라이어티쇼를 부활시킨 게 특징.
"얼마전 대중가극 `눈물의 여왕'에 잠시 출연한 적이 있어요. 첫무대에 서는 기분이었죠. 방송 아닌 무대는 몇십년만이라 떨리더라구요. 이번엔 좀 나을 거에요."
그는 1부에서 자신이 직접쓰고 출연했던 악극 `기러기 아빠'를 재현한다. 지난 76년 5월 배삼룡의 첫번째 리사이틀로 만들어져 아세아극장에서 초연됐다.
"대히트였어요. 이듬해 설날, 문화체육관에서 다시 공연했죠. 역시 대만원이었죠. 21년 만에 같은 무대에 컴백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기러기 아빠'는 동생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형과 피리를 잘 부는 눈먼 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어렵고 힘든 시절을 살아간 고아형제의 눈물나는 인생이야기를 그린 작품.
"요즘 시대에도 맞을 거 같아 선택했죠. 시대는 변했지만 불우한 가정을 소재한 악극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봐요. 초연때는 `손수건 악극'으로 불릴 정도로 객석은 눈물바다였어요."
배삼룡은 초연때 형 역할을 맡았으나 이번 무대에선 단역으로만 등장한다. 나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극장쇼를 충실히 재현한 버라이어티쇼에서는 비실비실 배삼룡의 장기를 그대로 옮겨, 포복절도할 폭소탄을 선사한다.
지난 70년대 초반 국도극장에서 우연히 만들어 내 장안의 인기를 모은 `개다리 춤'을 선보일뿐만 아니라, 불량식품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초친술'도 들려줄 예정.
"개다리 춤은 제가 원조에요. 국도극장에서 희극배우들의 희극제가 열였어요. 이때 다리를 엉거주춤한 자세로 흔들어댔는데, 극장이 아주 떠나갈듯 했어요. 그걸 보완한 게 개다리춤이 됐죠."
배삼룡은 강원도 양구 출신. 유년시절 악극단 `민협'에서 심부름꾼으로 따라다니다가 희극배우가 됐다. 극단이 시골마을에서 `물레방아는 도는데'를 공연할 때인데 배역을 맡은 배우가 도망을 가 버리자, 대신해서 무대에 올라간 게 인연이 됐다.
이후 그는 방송계에 진출, `웃으면 복이와요'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면서 `코미디계의 1인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지난 79년 사업에 실패하고, 당시 JP를 지지한 것이 군사정권의 미움을 사 미국으로 건너가 몇년 동안 유랑하면서 살았다.
83년 9월 귀국, 가끔 방송도 출연하고 무대에서 섰다. 시간이 흐른만큼 몸도 예전같지 않단다. 그러나 배삼룡은 "무대가 부른다면 언제든지 출연,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월∼토 오후 3시 30분,7시 30분. 일 오후 3시,7시. （02）3477－4500.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