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주포 약올리는 '트래시 토킹' 승패
기사입력 1998년 04월 24일 14시 41분
세치 혀도 가끔 농구경기의 승부를 좌지우지한다.
상대편 선수의 플레이를 욕설이나 조롱으로 방해하는 이른바 `트래시 토킹（Trash talkings）'은 이미 NBA（미국프로농구） 코트에서 24초 타이머처럼 일상화된 관행.
신체적 약점이나 별명, 심지어 가정문제까지 들먹이며 상대의 부아를 돋우는 트래시 토킹은 NBA 감독들까지 배후조종해 문제가 되곤한다.
국내 코트에서도 트래시 토킹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물론 선_후배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한 만큼 입방아 한번 잘못 찧었다간 농구판에서 매장당하기 일쑤.
하지만 질서는 질서, 승부는 승부. 오로지 승리를 위해 하늘같은 선배의 성깔을 건드린 예가 여러차례 있었다.
국내 프로농구 선수들 가운데 1@73으로 최단신인 LG 김태진.
거구들이 즐비한 농구코트에 서면 그는 영락없는 땅꼬마다.
그런 김태진이 명지대 재학시절인 지난 95∼96농구대잔치 예선리그에서 당시 기아자동차의 허 재를 전담마크한 적이 있다.
기량으로 보나, 신장으로 보나 김태진은 `농구천재'로 통하는 허 재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기아자동차와 명지대의 경기는 보나마나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그래서 짜낸 비책이 다혈질 허 재를 코트 밖으로 몰아내는 것.
경기시작과 함께 김태진이 허 재의 꽁무니를 @아다니며 약을 올렸고 가끔 허 재의 귓전에 뭔가를 속삭였다.
"때려봐, 때려봐."
산전수전 모두 겪어본 허 재는 치밀어오르는 분통을 꾹 누르며 무사히 경기를 마쳤고 기아자동차의 압승.
만약 허 재가 분을 참지 못하고 새까만 후배 김태진의 면상이라도 한방 갈겼더라면 아마 지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의 활약상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