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이순신 동상' 200만원짜리 목욕
기사입력 1998년 04월 24일 01시 58분
서울시가 작년 9월 `세계를 깨끗이'라는 행사로 요란할 때 목욕을 한 후 7개월만이다.
그동안 장군은 비둘기 배설물과 매연으로 투구와 갑옷 여기저기에 얼룩들이 졌으며 요즘에는 중국제 황사먼지까지 덮쳐 몹시 기분이 언짢은 터였다.
장군의 목욕에는 대형 크레인과 10마력짜리 발동기가 장착된 고압살수차가 각각 1대씩 동원됐다.
`때밀이꾼'은 청소전문업체 성아환경개발(주)의 김창환씨(27).
수방사 특공대 출신으로 고층건물 유리창을 전문적으로 닦아온 업계의 베테랑이다.
`목욕비누'는 대리석 보호제가 첨가된 액체 중성세제.
화학약품을 쓰면 동상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군의 높이는 20.1m.
대리석으로 만든 받침대가 7.5m, 몸체가 12.6m다.
크레인을 타고 올라간 김씨는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장군의 가슴팍에 달라붙어 맨 먼저 세수부터 시켰다.
눈을 닦고 수염도 닦았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깊은 시름에 잠길 때' 찼던 `긴 칼'도 정성스럽게 닦았다.
투구와 갑옷도 닦았다.
"묘하게도 장군이 살아계시는 듯한 느낌이 들데요. 그래서 아주 경근한 마음으로 열심히 닦았습니다."
김씨가 걸레질을 할 때마다 장군은 시커먼 땟물을 뚝뚝 흘렸다.
"워낙 때가 찌들어 어지간히 문질러서는 벗겨지질 않더라구요."
때도 때지만 장군의 덩치가 하도 커서 목욕을 다 시키는데 90분이나 걸렸다.
오후 3시30분.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씨는 얼마나 용을 썼던지 바짓가랑이가 한 뼘이나 타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이날 장군의 목욕비는 200만원.
이 돈은 교보생명이 댔다.
오는 28일은 성웅 충무공이 탄생한 지 453주년 되는 날이다.
모처럼 `때빼고 광낸' 장군은 개운한 마음으로 생일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