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리서 춤추는 '섹시 액세서리'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5시 54분
`액세서리인가, 팬시용품인가, 아니면 섹스 심볼인가.'
신세대 여성들이 성（性）관련 용품을 멋내기 치장품으로 달고 다녀 눈길을 끌고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낯뜨거운 섹시용품이지만 가방이나 핸드백에 달고 다니거나 테이블에 얹어 놓으면 영락없는 액세서리다.
남녀의 성기를 강조한 커플인형이 있는가 하면 장난끼가 넘치는 사자가 아랫부분의 돌기를 매만지는 사자인형 등도 있다.
가방 장식용으로는 성기를 요철로 또렷하게 표현해 `남녀상열지사'를 연상시키는 액세서리가 단골품목이고 기능성 팬시용품이나 장식용 액세서리의 경우는 `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
남자의 성기를 본딴 키 홀더와 책상용 페니스 인형, 남성을 뱀으로 형상화한 뱀인형 등으로 표현이 지나치게 과감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남에게 보여주기가 민망스럽다.
대부분 깜찍하고 애교가 넘치지만 노골적으로 성을 떠올리게 하는 `섹스용품'도 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여자 가슴을 손바닥만하게 축소한 모형품은 누르면 `괴성'이 흘러나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밖에 장식용 콘돔, 색깔로 표시되는 정력테스트 카드, 발가벗은 남녀를 형상화한 컵이나 라이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섹시 팬시용품.
`고추만지는 사자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회사원 김수연씨（25·서울 중랑구 면목동）는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저 귀여운 사자인형에 불과하다"면서 "바람둥이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는 않지만 친구들은 이 인형을 보면서 도리어 나의 패션감각을 칭찬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섹시 팬시용품은 `점잖은 어른'들로 부터는 `음란물'로 낙인찍혀 경찰 수사를 받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성인용품회사인 A사의 성기 모양 키홀더는 지난해 여성 자위기구로 고발되는 바람에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가까스로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A사의 김모차장（43·서울 송파구 방이동）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보수적인 색채가 넘쳐 섹시 팬시용품이 어엿한 상품으로 자리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때문에 사업을 확충해야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섹시 팬시용품의 등장에 대해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장환일교수는 "성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자기표현"이라면서 "문화가 성숙한 사회에서는 `성'이 예술로 승화되지만 저급문화에서는 말초적으로 변질되기 때문에 다소 우려스런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