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3)고통이 미덕인 '여자의 삶'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5시 12분
다니족 여자들의 전통적인 피임법은 아주 독특하다.
왼쪽 겨드랑이 안쪽의 팔뚝 속으로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밀어넣어 부챗살처럼 펼쳐 놓으면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다니족 여자들은 이 방법이 가장 완벽한 피임법이라고 여기며 살 속에 나무 막대기를 집어넣는 끔찍한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는다.
팔뚝에 집어넣는 나무 막대기가 어떻게 피임 효과를 낼까?
의학적으로 따져 봤을 땐 말도 안되는 얘기 같지만, 아직도 석기시대를 사는 다니족 여성들은 대대로 내려온 관습과 체험을 통해 가장 지혜로운 피임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아이를 갖고 싶을 땐 살 속의 막대기만 빼내면 임신이 가능해진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일부다처제의 사회 관습에 묶여사는 다니족 여성들에게 `여권신장'이란 꿈같은 얘기다.
아내들은 자식 터울을 맞추기 위해 출산후 3∼4년 동안은 남편과의 성행위를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이것은 결코 여성의 건강을 염려해 생긴 전통이 아니다. 너무 잦은 부부관계가 남성의 힘을 약화시킨다고 믿는 `관습'과, 여성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남자들의 `음모'가 여자들에게 그런 멍에를 씌워놓은 것이다.
다니족 여성들의 차별화된 삶은 그뿐만 아니다.
가족이 죽을 때마다 돌도끼로 손가락을 한개씩 잘라서 애도를 표해야 한다. 손가락 마디들이 뭉텅뭉텅 잘린 여성들은 대부분 나이든 축에 들거나, 가족 모두를 잃은 경우다.
여성들은 또 고인을 추모하고 속죄하는 뜻으로 얼굴에 진흙을 두텁게 발라야 한다.
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같은 악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나이든 세대는 여전히 이 풍습을 고집하면 산다.
남자 못잖게 열심히 일하는 다니족 여자들을 보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들은 원시생활에 있어서 귀중한 소금을 얻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산을 수시로 오르내린다.
발리엠계곡 꼭대기에는 3개의 염천(鹽泉)이 있는데, 이곳에서 다니족 여자들이 소금을 얻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나나나무 줄기를 가늘게 썰어 부드러운 실타래처럼 만든 뒤, 이것을 염천 깊숙이 담갔다 흠뻑 적신 다음, 바위에 널어 말려 소금을 얻는 것이다.
알뜰한 다니족 여자들은 소금기가 남아 있는 바나나 줄기를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 아이들이 짭짤하게 빨아먹는 군것질 용이나 사료로 쓴다.
여러 명의 아내들이 오직 남편 한사람을 믿고 사는 다니족 `여자의 일생'에선 여성이 스스로 운명을 선택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금욕 생활을 감수해야 하고, 피임의 고통도 참고 견뎌야 한다. 그러다가 남편이 먼저 죽으면 돌도끼로 자신의 손마디를 잘라내는 `악습'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다니족 여자들은 살속에 막대기를 넣어 부챗살 모양으로 펴놓으면 피임이 된다고 믿고 있다.
가족중 누군가 죽으면 다니족 여자들은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
[유재홍(모험여생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