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안달훈 2단●이봉근 7단
기사입력 1998년 04월 17일 14시 40분
제3보(34∼58)＝감각이 탁월하지 못하면 발빠르게 국면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 빠른 발로 국면을 리드해 나가는 대표적 기사가 조훈현 9단인데, 그만큼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는 방증이다. 이 판의 이 7단 또한 발빠른 기풍의 소유자다. 전보에서 잠시 발이 묶인 듯한 인상을 주었으나 본보들어 예의 그 발빠른 행마로 대세를 꾸려가고 있다.
그 본보기가 흑 37 눈목자 지킴. 백 34에 흑은 싹싹하게 백 36, 38 건넘을 허용하면서 하변에 멋진 울타리를 치고 있는 모습이다. 흑 35로 [참고도 1] 흑 1로 막아서는 것은 둔탁하다. 6까지 되면 흑세는 도처에 약점이 노출되어 원활한 하변 경영에 차질을 빚고 만다. 또한 하변에서 신경써야 할 것은 흑▲가 저위에 처져있다는 점.
따라서 백 `가'의 삭감이라도 당하게 되면 하변 모양은 한순간에 빛을 잃고 만다는 점이다. 그런 관계로 흑 35, 37의 구상은 적절하고도 발빠른 선택이었다는 중론.
백 38∼46까지 내친걸음. 백도 하변 흑 모양을 허용한 대가로 `나'의 곳 약점이 저절로 해소되었고, 40에 돌이 오게되어 다음 `다'의 곳 젖혀 이음을 선수 끝내기로 예약해둔 상태. 이제 선수를 잡은 흑이 상변 백 3점(△)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장면인데, 47은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
`공격은 날일자'라는 기리에 맞는 공격수지만 백 48 이하 대응이 강력하면서도 적절해 58까지 별 시달림없이, 아니 좌변 백 진에 호응하는 두터운 모습으로 수습되어서는 흑의 실패임이 역력하다. [참고도 2] 흑 1로 붙여나가는 것이 보다 강력했다. 백 4 때 흑 5면 실전과 비교해 상변 백 말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 아닌가.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