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승용마] 성인병-노인병 '말환자' 많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6일 15시 42분
`당뇨병, 고혈압, 치매, 암'.
말도 성인병에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회 마필보건소가 과천경마장의 경주마와 승용마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말도 사람처럼 열살이 넘으면 디스크, 동맥경화, 위궤양 때문에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수치가 높아 휴양하면서 약을 복용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혈압이 정상치(100∼150)보다 훨씬 높은 200이상으로 올라가 고생하는 말도 있다.
성인병은 주로 열살이 되면 혈관이 딱딱해져 동맥경화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웃기면서도 위험한 병은 치매. 이 병에 걸리면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고 멍청해지는 게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엉뚱한 짓을 저질러 대형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뚝섬 경마장 시절 `만선'이라는 말은 새벽 연습 도중 갑자기 방향 감각을 잃고 반대쪽으로 전력질주하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말과 정면충돌, 뇌진탕으로 즉사했다.
경주가 스타트했는데도 멍하니 서 있다 경마팬들의 환불소동을 불러 일으킨 경우도 있다.
뚝섬경마장 때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1번마가 경주가 시작됐는데도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아 이 말에 마권을 건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소동을 벌여 마사회는 전액 환불 조치했다.
또 최근 경마장내 승마장의 승용마 한마리는 피부암에 걸렸으나 수술로 완치됐다.
이밖에 사람을 태우고 뜀박질을 하다 보면 척추의 추간판이 이탈하는 `디스크 환자'도 더러 발견된다.
말들은 어린애처럼 약먹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며 수의사만 보면 꽁무니를 빼기 일쑤여서 치료에 애를 먹는다.
마필보건소 임영재 진료팀장은 "약을 강제로 먹이는데 말은 구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목구멍만 넘기면 성공"이라며 "과거엔 혓바닥을 식도가 나오도록 잡아뺀 뒤, 약을 목구멍에 집어넣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입을 벌린 뒤 물약을 튜브에 담아 물총 쏘듯 쏴서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