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풍속사] (69)동성애
기사입력 1998년 04월 16일 15시 19분
외신에 따르면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일 미 국립공영라디오방송(NPR)과 가진 회견에서 "나는 그동안 행정부가 동성애금지 정책을 공정하고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려 했으나 일부 군 지휘관은 아직도 이 지침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는 또 "군대에서 동성애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아주 우려되는 일"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코언의 이번 발언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군 수뇌부들을 전통적으로 동성애를 백안시해왔다.
윤가현교수가 쓴 `동성애의 심리학'(도서출판 학지사)을 보면, 미국은 이미 1778년 3월11일 동성애자였던 구드올드 F 엔슬린 중위의 군복을 벗기고 있다. 엔슬린 중위는 미국에서 동성애 때문에 전역당한 최초의 군인이다.
미군의 수뇌부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동성애 관계가 발각되면 처벌한다'는 조항을 군법에 성문화시키기도 했다. 로드 아일랜드주 뉴포트시 해군훈련소에서는 병영의 게이들을 숙청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게이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시절인 57년, 게이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조사한 크리텐든위원회의 보고서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보고서는 "게이들이 군대에서 위험한 존재라고 가정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게이이면서도 훌륭하게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 국방성은 그런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을 20년간이나 부정해왔다.
미 국방성 보고에 따르면 40∼90년대초까지 10만명에 육박하는 남녀가 군에서 동성애 문제로 전역했다. 특히 80∼90년까지 매년 평균 1천500명 이상의 군인들이 동성애 때문에 제복을 벗었다. 군문을 떠난 사람 가운데 77%는 남성, 83%는 백인이었다.
쫓겨난 게이들은 법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법원의 결론은 "게이가 군에서 복무하는 것이 적격한지 여부는 판사가 아닌 군대의 관리자들이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도 "게이들이 공중 목욕탕이나 화장실, 탈의실 등지에서 이성애자들처럼 동성의 알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캐나다는 92년 게이들의 군복무 금지조항을 파기시켰는데, 군당국은 동성애 문제로 부대원간의 응집력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의 입장은 여전히 "게이들이 이성애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군대내의 동성애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안택원교수가 쓴 `문명의 시간여행'(대원출판)을 보면, `그리스시대의 소크라테스 학파들은 동성애 집단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가장 용맹스럽다고 칭송했다'고 전한다.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군도 군인들간의 결속력을 위해 동성애를 장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