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를세운사람들](3) 조성원-약혼녀에게 우승컵을
기사입력 1998년 04월 16일 15시 19분
10분간의 휴식시간. VIP석에 자리를 잡았던 현대 박효원 부단장이 상기된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힘들겠어. 7차전까지 어렵게 왔는데 여기서 무릎을 꿇는다는 게 너무 억울해."
흡연지역으로 나온 박부단장은 담배연기와 함께 긴 한숨을 토해냈다.
6점차로 뒤져 있기도 했지만 팀 기둥 조니 맥도웰이 남은 시간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패배를 예감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경기장 입구로 발걸음을 돌리던 박부단장은 한마디 말을 툭 던졌다.
"믿는 선수가 하나있는데. 성원이가 약혼녀에게 결혼 예물로 우승트로피를 주겠다고 약속했거든."
5월1일 결혼식을 알리는 청첩장을 구단 직원들과 동료들에게 건네주며 "예물은 우승트로피입니다"라고 넉살을 떨던 조성원.
조성원은 경기가 열리던 날 아침 "우승트로피 없으면 결혼 취소야"하는 약혼녀 이은희씨(25)의 농담을 들으면서 필승을 다짐했다.
그토록 집착하던 우승트로피가 멀어져가는 듯한 전반 분위기.
하지만 `사랑의 힘' 때문이었는가. 조성원의 약속은 3쿼터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버저가 울린 지 50초 조성원이 쏘아올린 3점포가 무지개를 그렸다. 2분뒤 또 다시 터진 `클린 3점슛'.
이어 4쿼터에서 조성원은 3점슛 3개를 집중시키면서 놓칠 뻔 했던 우승트로피를 꼭 붙들었다.
경기직후 조성원은 "경기장에 있으면 혹 기절할 지도 모른다"며 한사코 집에 있기를 고집하던 약혼녀에게 전화를 건 뒤 무게실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은희야, 우리 이제 결혼할 수 있는 거지."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