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폐비닐서 석유 추출 성공 김동춘씨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5시 22분
폐（廢）비닐에서 휘발유를 뽑아낸다.
주식회사 성공（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길정리） 대표 김동춘씨（54）가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에서 휘발유와 디젤유 등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건진 비닐과 플라스틱, PET병에서 휘발유를 뽑아내는 기술은 맹물로 달리는 자동차를 발명한 것과 다를 게 없는 `재활용의 혁명'이다.
지난 93년부터 연구에 몰두해온 김씨는 경남 창원공장의 1호기가 완공되는 올 8월부터 하루에 약 3만ℓ의 휘발유와 디젤유를 쏟아낼 계획이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에서 휘발유를 뽑아내는 과정은 먼저 직경 3∼5㎝의 크기로 자른 뒤 열분해를 하며 기화시킨다.
이때 김씨가 개발한 생화학 효소를 투입, 낮은 온도에서 휘발유와 디젤유를 추출하는 것이다.
결국 생화학 효소가 폐비닐에서 휘발유와 디젤유를 뽑아내는 노하우인 셈이다.
이같은 기술을 개발한 김씨는 귀순용사 출신.
평양종합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김씨는 평양 근처 자모산성에 있는 김일성 별장에서 생필품 관리책임자를 하던 중 폴란드에 출장을 갔다가 지난 87년 3월1일 귀순했다.
김씨는 김일성이 건강식으로 즐겼다는 `야콘냉면' 전문점을 지난 94년 강화도에 차린 뒤 전국에 체인점을 모집, 돈을 모으자 식당 옆에 연구소를 차렸다.
"그동안 번 돈을 휘발유 만드는 데 모두 투자했습니다. 식당을 한 것도 이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사업에는 많은 걸림돌이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석유사업법에 따른 `휘발유'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는 점.
김씨가 만든 휘발유는 법대로 따지면 `부정휘발유'인 셈이다.
`김씨의 휘발유'를 검사한 한국석유품질검사소측은 "김씨가 생산한 휘발유를 차에 넣으면 운행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오염 문제와 자동차 엔진이 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검사를 의뢰한 것은 내가 만든 휘발유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어서 여과와 침전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알코올 등을 첨가하면 얼마든지 옥탄가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1년에 50만t이나 되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환경을 지키면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기술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