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가족] 코믹-광기 뒤섞인 '섬뜩한 산장'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4시 49분
웃기면서도 무서운 영화. 호러와 코미디를 섞어놓은 영화.
`조용한 가족'(김지운감독．명필름 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기조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김 감독이 굳이 고집했던 `코믹잔혹극'이란 장르의 표현이 실감난다.
공간적 배경도 으스스한 산장으로 한정돼 있다.
영화는 이 공간으로 흘러 들어오는 다양한 인물들과 이들을 맞이하는 `산장가족'간에 펼쳐지는 사건들로 이뤄진다.
따라서 영화의 재미도 주요 인물들의 개성 넘친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정리 해고당한 뒤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한 아버지(박인환), 남편을 따라 산장 운영에 나선 어머니(나문희), 만화나 읽으며 빈둥거리는 삼촌(최민식),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괴팍한 성격의 아들(송강호), 어울리지 않게 `산장의 여인' 따위의 옛날 노래나 부르는 큰딸(이윤성), 모든 것에 무심한 막내딸(고호경) 등이 `코믹잔혹극'을 만들어 내는 `조용한 가족'이다.
그러나 이들 `조용한 가족'은 이내 소란하고 끔찍한 사건들을 일으키며 `섬뜩한 가족'으로 변해 간다.
산장을 개업했으나 한참이 지나도록 손님 한명 없자 가족들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이때까지 가족들은 `조용하다'.
드디어 첫 손님. 그러나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 이 손님은 다음날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경악하는 가족들과 달리 아버지는 침착하게 대응한다. 손님이 자살했다고 하면 산장 영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시체를 그냥 파묻기로 한다.
다음날 두번째로 찾아온 남녀 한쌍의 손님도 이튿날 동반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어처구니 없어 하는 가족들. 할 수 없이 또 시체들을 묻는다.
그러나 얼마 안있어 산장 옆으로 도로가 생기면서 주변의 땅이 파헤쳐지게 되자 가족들은 비오는 날 밤, 그동안 묻은 시체를 다시 파내 다른 곳에 묻는다.
가족들은 아무도 악의를 갖고 있지 않지만 이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잘좀 해보려고 하는데, 여건은 이들을 그냥 놔두질 않는다.
영화는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가족들의 강박 관념을 코믹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별로 시도되지 않았던 소재를 영화로 만들어낸 발상의 기발함과 송강호 박인환 최민식 등 배우들의 `자유로운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25일．서울 명보극장)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