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주니치메일] 경기땐 온몸바쳐 뛰고 쉴땐 쉬고
기사입력 1998년 04월 13일 14시 46분
"아, 여기가 제2의 야구인생을 살아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엊그젠데.
나고야에 온지 벌써 석달여, 자율훈련→오키나와 스프링캠프→시범경기의 일정을 숨가쁘게 지내고 시즌개막후 열흘이 지났다.
그리고 선동열 선배가 2년간 써오던 스포츠조선의 나고야통신에 나도 함께 글을 쓴다고 하니 고민이 된다.
이준성 특파원이 일본에서 몇달 살면서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느꼈던 것을 마음 편하게 적어보라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곳을 돌아다닐 새가 없었던 나는 그저 야구 얘기밖에 쓸 게 없다.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많은 훈련량,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일 것이다.
선동열 선배에게 들었지만 공격, 수비, 주루 등 해야할 것이 많은 내게는 더 길게 느껴졌다.
한국 해태시절 `훈련은 짧게, 경기도 짧게'라는 슬로건하에서 야구를 했던 나였기에 좀더 적응하기가 힘들었을까.
하지만 이것보다 내가 더욱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스프링캠프때 일본 선수들은 놀때 확실히 논다는 것이다.
외출은 물론, 골프 빠찡꼬 등이 자유롭다.
한국팀의 스프링캠프 같으면 쉬는 날이라도 선수가 몰래 골프 치러 가지만 일본은 선수들을 만나러 온 손님들과 함께 조를 이뤄 나가는 것은 물론, 가족 친구들을 초청해 같은 호텔에서 묵게 한다.
나는 타격폼이 흐트러질까봐 골프를 배우지 않았고, 은퇴 후에나 생각을 하고 있지만 날씨 좋은 날, 선수들이 그린에 나가는 것을 보면 괜히 배우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휴일이면 잠이나 푹 자거나 가끔 빠찡꼬에 가서 게임을 하는데 `수덕'이 있는지 잃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성인이고 더구나 프로인데 완전 금지보다는 어느 정도 선에서 풀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훈련은 혹독하게, 쉴때는 자유롭게'가 주니치의 슬로건인 듯한데 그 효과인지 시즌 초반 잘 나가고 있다.
4연승에다 지난주까지 모든 3연전의 카드에서 2승1패로 앞섰다.
나도 방망이가 잘 맞고 도루도 4개나 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아 기분이 좋다.
그런 대로 일본 프로야구와 주니치의 스타일에 잘 적응한 결과다.
몸무게가 3㎏이나 빠져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핼쑥해 졌다고 말하는데 사실 훈련이 세긴 셌나 보다.
이제 시즌이 시작된 만큼 나도 `일본 스타일'대로 훈련과 경기때는 온몸을 다바쳐 뛰고, 쉴때는 몸의 근육을 죄다 풀고 푹 쉴까 한다.
일본에서는 일본법을 따라야 하고, 나는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12일 오전 나고야의 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