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를세운사람들](1)신선우 감독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그림자 내 마음은 허공을 헤매인다. 그림자 내 영혼은∼.'
대전 현대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던 날인 11일, 서울 강남 모음식점에서 벌어진 우승축하연.
애창곡 `그림자'를 부르던 현대 신선우 감독（42）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하염없이 그림자 속을 헤매였던 지난날들－.
국가대표 센터 시절이었던 지난 80년 오른쪽 발목과 무릎의 연골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던 일, 지난해 프로원년 무대에서 8개팀가운데 7위에 머물러 고개를 떨구던 기억들….
이 모두가 지울 수 없는 `그림자'들이지만 신선우 감독에겐 지난 2년동안 그의 머리속에 짙게 드리웠던 그림자가 있다.
현대 감독을 맡은 지 2년 뒤인 96년. 밝기만 하던 그의 아내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신감독이 용인 마북리 숙소에서 선수들과 거의 1년내내 합숙을 하는 사이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한 아내에게 어느새 마음속에 병이 찾아든 것이었다.
아내가 예전의 밝은 얼굴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요양뿐.
신감독이 오직 아내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성당을 찾아 구원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틈만나면 성당을 찾아 안수기도와 고해성사를 반복하던 신감독의 정성이 통해서였을까.
오랜 요양 끝에 지난해 아내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올시즌 프로농구 개막전인 지난해 말 아내는 마침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두딸을 품에 안은 신감독의 눈시울이 유난히 쾡한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고통어린 순간들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신감독의 친구들이었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