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용의 눈물'] 시청자 갈등 '온가족 보기 민망'
기사입력 1998년 04월 11일 03시 32분
용의 눈물은 언제까지 흐르나.
KBS 1TV의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이 시청률을 의식한 엿가락 늘이기식 방송과 비교육적인 측면이 많아 일부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태종과 양녕간에 벌어지는 부자갈등.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폐세자 문제'는 다음달 3일에야 결말이 날 정도로 무려 한달（10회분） 이상을 끈다. 작가가 사료를 토대로 대본을 쓰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 보기엔 부적합한 장면도 적지 않아 이젠 시청자 갈등마저 나타나는 실정.
지난 4일 방송때는 양녕이 할아버지（이성계）의 제사를 지내러 간 절앞에서 사슴고기를 구워먹고 저잣거리로 뛰쳐나가 머리를 풀어 헤친채 거렁뱅이들과 어울려 상두놀이를 했다. 또 11일 방송때는 어머니（중전）가 아들의 악귀를 쫓기 위해 마련한 굿판에 뛰어들어 훼방을 놓는다.
폐세자가 되는 것도 남의 부인（첩）을 강제로 빼앗아오는 게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첫회부터 `용의 눈물'을 애청해 왔다는 주부 백미자씨（50·서울 서대문구 홍은동）는 "재미있게 보던 프로가 최근들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부자 갈등이 너무 심해 아들과 함께 보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김우룡교수는 "양녕의 인간적 고뇌를 그리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인기를 의식해 드라마를 의도적으로 늘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자칫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질질 늘어진 프로속에서 양녕의 패륜적인 행동을 앞으로도 20일 이상 참고 봐야 하는 고문을 겪는 셈인데 방송가에서는 "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그동안 쌓아온 용의 눈물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씨는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권력에 회의를 품은 양녕은 수없이 사고를 저지르고 태종은 끊임없이 용서했다. 이 과정을 최대한 압축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