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10)

기사입력 1998년 04월 10일 14시 23분


팬티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던 왈리드는 우선 입부터 막혀졌다.

발버둥치던 그가 사내 한명에게 관자놀이를 얻어 맞고는 사지를 늘어뜨렸으므로 곧 손발이 묶여 의자에 앉혀졌다.

불이 켜진 침실에는 왈리드를 중심으로 세 사내가 서 있었다.

가네다와 이준석 그리고 가네다의 부하 한 사람이다.

가네다의 부하는 길이가 20㎝는 되어보이는 단검을 왈리드의 목에 가로로 댔고 가네다가 입에 붙여진 테이프를 천천히 떼었다.

왈리드의 입술이 테이프에 붙어 늘어났다가 떼어졌다.

"자 왈리드, 네가 버스에서 가지고 내린 서류에 대해서 말해라."

가네다가 부드럽게 말했으나 왈리드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당신들은 누구요?"

그 순간 단검에 힘이 주어졌으므로 왈리드는 말을 멈췄다.

가네다의 부하가 피가 묻는 단검의 날을 왈리드의 어깨에 닦았다.

"어서, 왈리드.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는 죽는다."

"버스에서 가지고 내리다니?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룩소르에서 버스가 폭발했을 때."

이준석은 왈리드의 이마에 배어난 진땀을 보았다.

가네다의 눈짓을 받은 부하가 단검을 목에 바짝 붙였다.

"넌 두 사람과 함께 내렸어. 버스가 폭발하기 직전에 넌 군터 박사로부터 서류를 받았다. 왈리드."

"나는 모르는 일이오."

다시 단검에 힘이 주어지자 왈리드는 억누른 비명소리를 냈다.

"난 모리스씨가 내리자고 해서 따라 내렸을 뿐이오. 난 모르는 일입니다."

"모리스가 누구냐?"

"미국인 무역상이라고 들었소."

"지금 어디에 있어?"

"자주 카이로에 옵니다. 주로 알 나일호텔에 묵습니다."

왈리드는 고분고분 대답했다.

"룩소르에 놀러 가자고 해서 사흘간 휴가를 내고 따라간 것 뿐이오."

"그자와 군터가 만나는 걸 보았나?"

"난 모릅니다."

"또 한 사람이 같이 내렸는데, 왈리드, 버스가 폭발하기 전에."

"그 사람은 모릅니다."

왈리드는 울상을 지었다.

"버스가 폭발 하고나서 나도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도 못한거요."

그러자 이준석이 그에게로 다가가 섰다.

"왈리드, 동양여자 두명이 버스에 타고 있었을 것이다. 너도 보았지?"

"보았습니다."

"그중 한명이 실종되었어. 알고 있겠지?"

"신문에서 읽었소."

"누가 데려갔는지 말해라."

"그럴리가 없습니다."

왈리드가 머리를 젓다가 칼날에 목을 스치자 다시 비명소리를 냈다.

"내가 내릴때까지 동양여자들은 버스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준석이 손을 뻗쳐 왈리드의 머리칼을 움켜 쥐었다.

"버스는 마지막 목격자인 하무드의 시계에서 벗어난 지점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네가 서 있던 미나 펠리스 호텔의 입구에서는 버스가 보였어. 자 말해！"

그러자 왈리드가 눈동자를 어지럽게 굴렸다.

"버스 승강구는 내 반대쪽에 있었습니다. 난 보지 못했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