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야망의 계절(6)
기사입력 1998년 04월 10일 14시 23분
세라가 위기에 몰리자 이번에는 세영이 나섰다.
그러나 세영은 세라와 수지가 싸우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수지의 동생 예지가 길을 막은 것이다.
예지는 이미 지난번 수지와 세라가 싸울 때 KO 직전의 수지를 구해냄으로써 전투력을 뽐낸 `여장부'였다.
세영은 애당초 예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예지는 세영의 낌새를 눈치채고 오히려 먼저 세영을 덮쳤다.
수지_예지 자매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이제 사파리의 `안방마님'은 결정됐다.
사파리의 멋진 수컷은 모두 수지와 예지의 소유가 됐다.
남은 것은 이들에게 씨를 내릴 `신랑'이 결정되는 것뿐이었다.
수지가 사파리의 여왕으로 등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바우와 킹, 블랙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이들은 수지와 세라 가운데 누구를 파트너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을 차지하기 위한 `절차'가 문제였다.
누가 죽을 지 모르는 혈투에서 이긴 자만이 미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번씩 다 싸워본 각파의 보스들은 서로의 실력을 알고 있는 만큼 서로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
1승을 기록하고 있는 바우와 킹, 2연패를 한 블랙의 입장은 모두 같았다.
이겼어도 이긴 것 같지 않고, 졌어도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음에 붙으면 또다시 이길 것 같지 않고, 또 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만큼 모든 게 불확실했다.
서로의 실력이 팽팽한 만큼 순간의 실수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각파의 보스들이 새로운 전쟁을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수지는 짜증이 났다.
지난번 발정기 때도 그냥 넘겼는데 이대로 간다면 이번 발정기에도 무슨 수가 생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답답하기는 수컷들도 마찬가지였다.
식욕보다 절실한 성욕을 해결하지 못한 나날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아카시아 향기가 이슬비처럼 사파리를 촉촉히 적시던 날, 수지는 살냄새를 흩뿌리며 사파리 메인스트리트를 거닐었다.
수사자에 대한 도발적인 유혹이었다.
바우와 킹, 블랙도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각파의 보스 3마리는 물론 졸개들까지 모두 달려나갔다.
본능은 모든 것에 앞선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두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동물공화국은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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