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사일런스] 그림엽서 같은 화면 '아름답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0일 14시 23분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비오는 소리나 아름다운 새들의 지저귐을 어떻게 느낄까.
지난해 동경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카롤리네 링크 감독의 `비욘드 사일런스'(Beyond Silence)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소리의 소중함을 나지막히 전해주는 영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 그 부모에게 소리나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딸. `비욘드 사일런스'는 이 가족의 아름답고도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담아낸다.
가족 중 유일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딸 라라(실비 테스튀드)는 학교 수업중에도 대출을 받기 위해 부모와 함께 은행에 가야하는 처지. "눈이 내릴 때는 어떤 소리가 나지?"라는 아빠의 질문에 라라는 귀엽게 수화로 대답한다.
라라는 고모에게 클라리넷을 선물받고 음악이라는 새로운 소리의 세계에 빠져드는데, 부모는 라라가 음악을 통해 바깥세계와 연결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라라는 음대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고, 부모는 바깥세계와 단절된 채 외로움에 사로잡힌다.
감각적이거나 화려하지는 않으나 그림엽서같은 화면을 구축해낸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이중에서도 청각장애자들이 수화로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하는 장면은 `장애의 벽'을 넘어서는 감동을 안겨준다.(11일 대한, 코아)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