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큐피트의 수류탄'을 아시나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09일 14시 47분
대학가에 신종 미팅이 등장했다.
일명 `큐피드의 수류탄'.
그동안 수능팅이다, 학력고사팅이다, 신토불이팅이다 하여 독특한 재미가 가미된 미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번 큐피드의 수류탄은 그 강도면에서 전혀 딴판이다.
돈과 배짱이 두둑한 남학생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된다.
출발은 여느 미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남학생들이 순서를 정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차례로 지목하고, 여학생의 반응여부에 따라 파트너가 결정된다.
그러나 미팅 도중에라도 수류탄이 터지면 그 순간 순서는 무시된다.
수류탄은 남학생들이 갖게 되는데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을 경우 과감히 투척, 그 여학생을 데리고 나가면 그만이다.
수류탄은 바로 돈이다.
찻값을 비롯한 참가자 전원의 미팅비용 일체를 "수류탄"이라는 구호와 함께 테이블 위에 던지는 것이다.
수류탄 앞에서는 여학생의 거부권행사가 불가능하다.
싫더라도 그날 하루 만큼은 짝이 되어야만 한다.
사실 수류탄은 미팅 때마다 여학생들에게 외면당하는 `못생긴' 남학생들을 위한 하나의 배려다.
능력이나 성품은 무시된 채 얼굴 생김새와 옷차림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즘 세태에 대한 반항이기도 하다.
물론 남학생에게 일방적인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여학생들의 반감도 없잖다.
따라서 여학생이 수류탄을 던지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얼마전 미팅에서 큰맘 먹고 3만원짜리 수류탄을 한번 던져봤다"는 조영래군(한양대 2년)은 "재미도 있었지만 돈에 대해 느끼는 바도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란 명예기자(이화여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