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부진한 천재보다는 성실한 수재를 택하겠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15시 26분
"부진한 천재보다는 성실한 수재를 택하겠다."
잠실 5차전에서 기아에 일격을 맞아 벼랑에 몰린 현대 신선우 감독이 9일 기아와의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 유도훈（31．1m76）을 포인트가드로 중용할 뜻을 밝혔다.
게임 리더를 주전 이상민에서 유도훈으로 교체, 팀에 새 활기를 불어넣으며 대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상민이 톡톡 튀는 `586 펜티엄급 가드'라면 유도훈은 잔고장 없는 듬직한 `486급 가드'.
신감독이 팀의 중심축을 뒤흔드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는 이상민의 지휘력으로는 6, 7차전 승리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특히 5차전서 보여준 이상민의 플레이는 신감독의 기대를 저버리기에 충분했다.
`농구천재' 허 재를 의식한 듯 이상민은 지나치게 화려한 플레이만 고집한 나머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쿼터에서 터무니 없는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또 적중률이 떨어지는 3점슛을 잇따라 퍼붓는 과욕을 부렸고 결국 이것은 역전패의 빌미가 되면서 신감독이 그의 교체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나이 30줄이 넘은 유도훈은 이상민에 비해 스피드나 탄력에서 크게 뒤지지만 노련미를 앞세운 안정된 게임 리딩이 돋보이는 게 특징.
성난 사자처럼 코트를 종횡무진 휘젓는 허 재를 감당해 낼 적수는 섣부른 이상민보다는 바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유도훈이라는 게 신감독의 판단이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