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박영석] 아시아최초 히말라야 8천m급 완등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15시 26분
`엄홍길이냐, 박영석이냐'
한국 산악계의 `투톱' 엄홍길씨(38．파고다외국어학원)와 박영석씨(35．동국대산악부 OB)가 8천m급 14좌 완등 기록을 향해 불꽃 튀는 막판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10개봉 등정자 엄홍길씨가 지난 2일 11번째 도전지인 안나푸르나로 떠나자, 박영석씨도 질세라 8번째 도전지 시샤팡마에 오르기 위해 11일 출국한다.
8천m급 14좌는 히말라야 고봉 중 8천m가 넘는 14개봉. 모두 오른 산악인은 라인홀트 메스너 등 세계를 통틀어 5명뿐이다.
두사람 중 누구든 14좌를 완등하면 세계 6번째, 아시아와 한국에서는 첫번째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현재 4개를 남겨둔 엄씨가 7개를 남겨둔 박씨보다 우세.
그러나 박영석씨의 최근 등반 기록을 보면 반드시 엄홍길씨가 유리하지만은 않다.
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으로 8천m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은 박영석씨는 지난해 다울라기리 등 5개의 8천m급 봉우리를 등정하며 선배 엄홍길씨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한해 5개봉 등정은 세계 신기록.
연속 등정으로 탄력이 붙은데다 세살 많은 엄홍길씨보다 체력이 강한 박영석씨는 "올해 낭가파르바트, 브로드피크, 마나슬루를 끝내겠다"고 밝히며 승부수를 띄웠다.
산악계는 내년쯤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고 두 산악인 모두 오른 적이 없는 K2봉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련한 엄홍길씨도 녹록지 않다.
`탱크'라는 별명처럼 저돌적이면서 꾸준한 성격으로 치밀하게 계획해 한번 공격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 등반 성공률에서 후배 영석씨를 능가한다.
엄홍길과 박영석이 추위, 고소 증세와 싸우며 펼치는 14좌 완등 레이스는 세계 산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한편, IMF 충격파에 심신이 고달픈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