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12)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15시 10분
이제 `안방 쟁탈전'은 누가 봐도 승부가 기울어졌다.
신인 세라가 사파리 데뷔 첫날 `미스 사파리'에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변수는 있었다.
수지에게는 `조직'이 있었던 것이다.
곁에서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던 수지 동생 예지가 발톱을 치켜세우고 싸움에 뛰어들었다.
수지쪽이 수적으로 앞서자 싸움의 양상은 급변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세라의 동생 세영도 예지에 질세라 끼어들었다.
사파리 최고의 아름다움을 다투는 수지－예지 자매와 세라－세영 자매의 태그매치가 된 것이다.
수지는 여전히 세라를 노리고 덤벼들었다.
예지에게 한방을 맞은 세라는 예봉(銳鋒)이 한풀 꺾였다.
싸움은 뒤늦게 균형을 되찾은 셈이다.
암사자끼리의 싸움은 수사자의 혈투보다 훨씬 앙칼지고 잔인한 구석이 있었다.
더구나 자존심을 건 안방쟁탈전이라는 점에서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었다.
수지의 주먹이 오랜만에 세라의 얼굴에 꽂혔다.
예지의 지원사격으로 기세가 오른 수지는 세라에게 한방을 먹이자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사파리가 `홈링'과 다름없는 수지는 그동안 당한 망신을 만회라도 하듯 소나기펀치를 퍼부었다.
물론 민첩성이 뛰어난 세라가 모든 주먹을 다 맞은 것은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곧 온몸에 상처가 생겼고 피도 맺혔다.
수지와 세라 모두 피투성이가 된 것이다.
이제 수지와 세라는 더 이상 교태가 흐르고 고고한 자태의 `미녀'가 아니었다.
오직 사파리의 영웅들을 독차지하겠다는 본능과 오기로 똘똘 뭉친 `암컷'일 따름이었다.
수지와 세라의 대결처럼 예지와 세영의 `2부리그'도 피가 튀기는 가운데 백중세에 빠졌다.
나머지 암컷은 물론 혈전을 벌이던 바우와 블랙, 처음부터 구경꾼이었던 킹 등이 넋을 잃고 `암컷들의 전쟁'을 지켜봤다.
이들과 함께 암사자의 독기에 혀를 내두르던 사육사들도 뒤늦게 `브레이크'를 선언하고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