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승부는 이제부터 시즌 MVP대반격 보라'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4시 35분


"승부는 이제부터다."

대전 현대의 `컴퓨터 가드' 이상민（26）이 2일 기아와의 97∼98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맸다.

이상민은 비록 첫판에서 기아에 일격을 당했지만 2차전부터는 정규리그 우승팀다운 막강 저력을 분출시키며 대반격을 개시하겠다는 각오다.

3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1차전은 이상민에게 너무나 아쉬움이 많았던 한판이었다.

정규리그에서 기아를 만날 때마다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이상민은 그동안의 부진을 씻는 듯 거의 완벽에 가까운 만능 플레이를 선보였다.

28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2개의 어시스트만 보탰다면 자신의 프로 2호이자 프로농구 통산 7호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1@85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두뼘이나 큰 클리프 리드와 김유택의 장신숲을 헤치며 팀 동료 제이 웹（9개）과 조니 맥도웰（7개）보다 더 많은 리바운드를 따냈고, 송곳 패스를 앞세워 원년 시즌 MVP였던 강동희와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4쿼터 3분쯤엔 자신의 프로 2호 투핸드 슬램덩크까지 터뜨려 대전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마디로 이날은 `이상민의 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민의 전천후 플레이는 손등 부상을 견뎌낸 허 재의 현란한 기량에 묻혀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이상민의 패기 넘친 공－수 활약도 농구 코트를 훤히 꿰뚫고 있는 `농구 9단' 허 재의 노련함을 감당치 못했던 것.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첫판 패배를 오히려 보약으로 여기고 2차전에서는 빚을 꼭 갚겠습니다."

정규리그 우승에다 플레이오프 준결승 3연승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이상민. 그에게 `코트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대전=구동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