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 '독특하거나 변화많아야 도전하고 싶어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5시 44분
30일 첫방송된 KBS 2TV 새 미니시리즈 `거짓말'(극본 노희경,연출 표민수).
드라마는 남녀간의 그렇고 그런 평범한 멜로가 아니다. 추상적이지만 누구라도 강자와 약자를 겸할 수 있고, 동시에 피해자 가해자일 수도 있는 그런 사랑을 보여주겠다는 작의.
결론은 사랑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작가는 제목 `거짓말'에 대해 "드라마에는 단 한줄의 거짓말도 없으므로 `거짓말같은 진실'이 더 맞겠다"고 한다.
배종옥 유호정 등이 나오지만 외모의 흡인력으로 보아 역시 가장 강한 개성배역은 추상미몫.
거리의 부랑아 세미. 언뜻 예쁜 이름이지만 어원이 양엄마가 하찮게 지워준 `수세미'의 `세미'다. 직업이 아리송해 지나가는 남자와 놀아주면서 대가로 세끼 밥 챙기고, 때로 돈이라도 얻으면 심장병 앓는 동두천 친구 장어(김태우)의 약값을 대주는 길거리 오렌지.
이렇게 된 사연이 기막히다.
어머니는 동두천 양공주 출신, 아버지는 태국계 미국인. 애가 귀찮아 부모 둘다 미국으로 도망갔는데, 이 증오심 때문에 죽기를 작정하고 그전까지 세상을 미워하며 떠돈다.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것은 미국의 부모를 찾아 그들 앞에서 저주를 퍼부으며 약먹고 자살하는 것.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심장병을 앓는 시한부 미숙아 장어역을 맡은 김태우와의 공연. 영화 `접속', SBS 시트콤 `뉴욕스토리', 70분드라마 `토큰박스'에 이은 4번째 만남이다.
그런데 둘을 또 만나게 한 연출자의 의도가 있어보인다. 추상미는 여자부랑아로, 김태우는 다리 저는 미숙아로 거리를 헤매는 두사람의 캐릭터가 영화 `퐁네프의 다리'의 드니 라방과 줄리엣 비노시를 연상시키는 것.
영화와는 남녀의 캐릭터가 바뀌었을 법한, 이들의 극한상황속의 밑바닥 방황은 드라마 `거짓말'속에서 도도한 상류사회 배종옥 유호정 등의 화려한 불륜과 대비될 포인트다.
"시나리오나 대본받을때 평범하면 흥미를 못느껴요. 뭔가 독특한 것, 직업이나 상황이 특이하다든지 변화가 많아야 `할만한데?'하는 도전욕이 생기지요."
드라마의 `거친 추상미'는 사회부기자 김상중과의 `달콤한 사랑'도 기다리고 있어 흥분된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