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씨] 쾌락 좇는 일본여성들에 관한 보고서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5시 44분
`10대 소녀가 매춘을 하고 직장여성들은 섹스 파트너를 찾아 해외원정까지 나선다. 기혼여성들 사이엔 애인 만들기가 붐이다. 쾌락을 쫓는 그 얼굴 뒤에 숨은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 인용문의 여자들은 다행히(?) 한국여자들이 아니다. 이웃 일본의 여자들이다.
`일본여자를 말한다'(도서출판 창해)는 일본여성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해온 르포작가 유재순씨(40)의 현장보고서다. 8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의 지식인여성부터 호스티스에 이르기까지 관찰해온 작가의 보고서인만큼 아주 생생하다. 작가는 우선 성의 노예처럼 보이는 일본여성들의 실체를 추적한다.
`일본여성들은 주부든 호스티스든 자신의 자리는 지키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한국여성들은 바람이 나면 남편 자식 버리고 애인과 줄행랑치기 십상인데 그녀들은 뻔뻔하게 이중생활을 즐긴다. 일본여성들은 성을 영육일치의 결정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쾌락을 위한 수단, 기능적 자궁으로만 이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이어 `자궁을 기능적으로 이용하는 일본여성'들의 과거에 눈을 돌린다.
`일본여성들은 메이지정권 시절부터 외화벌이에 나섰다. 국가가 나서 암암리에 장려하기도, 범죄자들이 소녀들을 납치하기도 했다. 세계각국으로 나간 가라유키(창부)들은 초창기 일본무역의 기간이 되었다. 일본이 전쟁준비를 시작하자 가라유키들은 돈을 털어 전쟁비용으로 납부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론은? 그녀는 일본 재야사학자들의 의견을 쫓아 "일본의 침략전쟁은 카라유키@장사꾼@군대 순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의 힘은 일본여성의 자궁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단언한다.
"기모노를 입고 말없이 남자에게 순종하는 여인, 섹스애니멀같은 현대여성…. 우리가 일본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두개의 이미지입니다. 그 이미지들은 맞기도, 틀리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이미지들의 진실을 추적해본 추적기이기도 합니다."
이 IMF시대에 그녀는 제안한다. 일본여성은 자궁으로 승부했지만 우리는 어머니 정신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우리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바로 그것'으로.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