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5연승 현대 '왠지 찜찜하네'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4시 10분
★…5연승을 했는데 이렇게 민망할 수 있을까.
6경기 무패의 팀이 이렇게 안부러울 수 있을까.
시범경기란 희한하다.
선두를 불안하게 만들다.
지는 팀 기분은 그저 맨숭맨숭, 승자가 딱히 부럽지 않다.
현대는 29일 인천 한화전에서 9회말 2사후 대타 이재주의 역전 끝내기 3점포로 시범경기 5연승째（무패）를 낚았다.
드라마틱한 승리였지만 구단 식구들의 표정은 묘했다.
"이번엔 질 수 있었는데…."
이미 화끈한 타격전을 벌이고 난 터.
크게 실망스럽지 않게, 부담스런 연승고리를 슬쩍 끊을 수 있던 찬스라면 찬스였다.
시범경기 1등 자리가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풍수지리가 그리 좋지 않다.
시범경기 1위팀이 진짜 우승한 적은 3차례뿐.
그야말로 `첫끗발이 ×끗발'로 끝난 경우가 태반이다.
"현대, 정말 강하네요."
마음을 담아 인사해도 현대 사람들은 `진짜 칭찬인가, 아닌가' 탐색하는 표정.
"아이고, 시범경기인데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대답하는 말이 모두 똑같다.
그러나 선수단의 본심은 다르다.
이번 시범경기의 성적은 확실히 의미있다고 믿는다.
주로 신인과 새얼굴의 시험무대였던 예년 시범경기와 달리 올해는 각팀이 주전 선발 투수와 베스트 라인업을 내는 경우가 늘었다.
스트라이크존이 바뀐데다 외국인선수가 새로 등장해 신인 점검보다는 주전들의 적응 문제가 각팀의 관심사로 떠오른 때문.
그래서 시범경기 순위도 예년과 달리 대충 우승 전력으로 꼽히는 순서대로 매겨지고 있다.
"올해는 화끈하게 시범을 보인 팀이 진짜 강팀"이라고 힘주는 현대.
뚜껑을 열어볼 일이다.
[인천＝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