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짓말 컨테스트' 인기 폭발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6시 20분
"울산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 정부관계자는 이로 인해 경제가 다시 살아나 실직자의 90％가 올해안에 재취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풍사건은 대선직전 3당후보가 고스톱을 치다가 돈을 잃은 여당후보가 판을 깨기 위해 북부파출소 경찰을 부른데서 비롯됐다. 안기부가 배후세력으로 지목되자 억울함을 참지 못한 전 안기부장이 `배째라'며 할복을 시도한 것이다."….
장안의 재담꾼들이 컴퓨터 앞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4월1일 만우절을 앞두고 ＰＣ통신 천리안에 `지상 최대의 거짓말 컨테스트'가 열리고 있는 것.
지난 25일부터 8일간 열리는 이 행사에는 하루평균 1만여명이 조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29일 현재 이 코너에 올라온 거짓말은 약 1천900여건.
이중 30％ 이상은 IMF한파에 따른 경제위기를 풍자한 것이다.
"IMF는 우리나라를 사랑한다（지상사명）", "환율이 갑자기 700원대로 떨어져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시중금리가 9％로 안정됐다（themse）" 등등.
한 통신인（pure0508）은 실직자가 가장 흔히 쓰는 거짓말을 남겼다.
"나는 절대 잘린게 아니야. 내가 스스로 나온 거야."
정치인들의 무능을 꼬집은 거짓말 가운데는 "신문에 났다"며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이 한국정치를 배우기 위해 잇따라 사절단을 보내고 있다（천성산）"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특기가 있어 이들의 유머감각이 전세계 정치인들의 모범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정치인들을 위해 `국회에서 멱살잡는 101가지 방법', `뇌물 스릴있게 받는 99가지 테크닉' 등의 특별교육코스가 마련됐다는 것.
또다른 통신인（zu114346）은 IMF시대의 직업별 거짓말들을 모았다. 금융사의 `최고의 수익률', 부동산 중개업자의 `급매', 옷가게의 `이월상품 세일', 백화점의 `창고 대 개방' 등이 대표적인 거짓말이라는 것.
수능시험에 관해 한 통신인（캐피cap）은 ▲출제위원:"고교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은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다" ▲언론:"올 수능시험에서는 과외가 필요 없었다" ▲수석합격생:"학원은 가본적이 없고 잠도 충분히 잤다"는 것이 3대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한_일 양국 정부는 내달 1일 축구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독도를, 일본은 대마도를 걸고 이기는 쪽이 모두 갖기로 했다（ccuk）"는 내용이 관심을 모았다.
천리안은 4월1일 자정까지 거짓말을 모은 뒤 이중 25명을 선정해 스피커 분리형 라디오, 시계겸용 전자계산기 등을 나눠줄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