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섭기수] '경마선진국 코 납작하게 만들겠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36분
"한국에서 왔다니까 첫 눈에 깔보더라구요. 은근히 오기가 생겼습니다."
5천108배짜리 슈퍼 고액배당을 터뜨리며 지난 22일 국내 기수로는 처음으로 마카오 국제수습기수 초청경주대회를 석권한 오명섭 기수는 한국경마를 얕잡아 보는 현지 분위기가 승부욕을 불태우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복승식 배당이 보여주듯 오기수의 입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14개 경마선진국의 내로라하는 신예기수들이 총출전한데다 오기수가 탄 `카람바'라는 말은 현지 예상업자들로부터 입상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게다가 오기수는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배탈이 나는 등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다.
당연히 오기수는 현지 언론들의 관심 밖이었고, 인터뷰 요청은 커녕 인사조차 건네는 사람 하나 없었다고.
그러나 레이스가 펼쳐지자 현지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카람바'의 기량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오기수는 레이스 초반 인기마 꽁무니에 붙어 체력을 아껴뒀다가 출발 300m 지점부터 인기마들을 차례로 제치고 선두로 나서는 방식을 택한 것.
2등으로 골인한 일본 기수（오카다）의 `윈도우프랜드'와 무려 20m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경주전날 `카람바'와 처음 호흡을 맞추면서 추입이나 선행보다는 선입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 적중했습니다."
지난해 7월 국내 복승식 사상 최고배당인 3천820배를 터뜨려 화제를 모았던 오기수는 이로써 `국제적인 고액배당제조기'라는 별칭과 함께 2만 홍콩달러（약 400만원）를 우승상금으로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