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7)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14분
성칠은 과연 파이터였다.
아무리 전면전이라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국은 1대1 싸움의 집합이다. 바우파와 블랙파의 패싸움도 그랬다.
성칠은 자신의 상대로 블랙을 찍었다.
처음 싸움의 발단도 자신이 블랙에게 낸 도전장에서 비롯된 것인 데다 이번 싸움에서 블랙을 꺾어야 자신의 입지도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성칠의 이같은 파이팅은 바우파의 전술에 큰 보탬이 됐다.
수적으로 3대4로 불리한 바우파로서는 성칠이 블랙을 맡음으로써 바우와 시저가 나머지 3마리를 상대하면 되는 것이었다.
첫번째 펀치교환에서 블랙에게 된통 맞고 떨어졌던 성칠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덤벼들었다.
이미 블랙의 주먹 위력을 맛본 성칠은 최대한 파고들어 주먹이 아닌 이빨로 승부를 가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성칠의 밀착에 주먹이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블랙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좁은 곳에서 긴 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귀지를 파낼 때 전봇대를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접근전에서는 숏펀치와 이빨만이 유용할 뿐이다.
성칠은 블랙의 목부위를 할퀴며 송곳니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두 주먹이 허공을 가른 블랙은 달라붙으려는 성칠의 어깨를 찍어눌렀다.
워낙 힘에서 뒤지는 성칠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거기서 포기할 성칠이 아니었다.
성칠은 일어나며 블랙의 턱을 들이받았다.
순간 텅빈 블랙의 앞가슴이 드러나자 성칠은 포크로 찍듯이 이빨을 박았다.
블랙은 살이 떨어져나가는 통증을 느끼며 성칠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활처럼 휜 성칠의 송곳니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두 주먹이 허공을 가르던 블랙은 손톱으로 성칠의 등을 찍어 밀어내려고 했다.
밭고랑처럼 상처가 난 성칠의 등에서 피가 비쳤다.
이 대목에서 성칠의 독기가 돋보였다.
성칠은 등가죽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빨을 철수시키지 않고 버텼다.
이빨과 손톱의 대결이 계속됐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