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훈련장에 걸개그림걸어 골기원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00분
@…26일 오후 4시 잠실주경기장. 월드컵축구대표팀이 훈련을 하는 동안 남녀축구팬 3명이 본부석 하단에 걸개그림을 걸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하고 두툼하게 생긴 원통（圓筒）이 `대폭발'하는 장면을 담은 이 그림엔 앙증맞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NO 10. WE LOVE YONG－SOO.'
이들은 월드컵축구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최용수（25．FW）의 팬클럽 `윌리'（회장 송흥종）의 회원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최용수의 득점포가 `대폭발'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걸개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윌리 팬클럽이 생긴 것은 최용수가 올림픽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할 당시인 지난 94년.
컴퓨터통신에서 만난 열성팬 30여명이 최용수의 경기 때마다 함께 모여 열띤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용수는 4년 동안 자신의 팬클럽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 회원들이 팬클럽을 소개하려고 다가가면 쏜살같이 달아났기 때문이다.
"최용수 선수는 갓난아기처럼 낯을 가리는가 봅니다. 말을 걸면 얼굴이 빨개지고 수줍어 하거든요. 표정도 너무 뻣뻣해 별명이 `삽자루'랍니다."
최용수는 지난 연말 비로소 자신의 팬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엔 철이 없어 팬들만 보면 도망갔습니다. 이토록 저를 성원하는 분들이 계시다니 정말 기쁩니다."
팬클럽 회원들은 앞으로 최용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좀더 조직적인 응원을 펼칠 계획이다.
또 98프랑스월드컵이 끝난 뒤 정기모임에 최용수를 초청하기로 했다.
"내일 또 와서 응원할게요."
봄비를 맞으며 총총히 사라지는 팬들을 바라보는 최용수.
최용수는 모처럼만에 `뻣뻣한' 얼굴을 활짝 펴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