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이만수-이정훈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84년 프로최초 타격 3관왕（타격－타점－홈런） `헐크' 이만수（40）.
91, 92년 타격왕 `악바리' 이정훈（35）.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이들이 지난주 제2의 야구인생을 위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떠났다.
이만수는 클리블랜드에서 2년, 이정훈은 시애틀에서 1년 동안 코치 연수를 받는다.
하일성 본지해설위원은 지도자로 변신하는 프로야구 두스타를 출국전 만나 선수로 뛰면서 느낀 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하일성 해설위원（이하 하）:야구장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함께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네. 먼저 선수생활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지.
이만수（이하 만）:원없이 다해 봤습니다. 홈런－타격－타점 타이틀을 한번씩 다 차지해 봤으니까요.
이정훈（이하 정）:저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조금 할 만하면 부상이 꼭 찾아오더라구요.
하:맞아. 그런데 정훈이는 오히려 지독한 승부근성이 부상의 원인이었던 것 같아.
정:그렇습니다. 부상하면 완쾌된 뒤 경기에 나가야 되는데 조금 나아질만 하면 몸이 근질거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는 또 부상을 하고…. 선수는 자기몸을 챙길 줄 알아야 되는데 그걸 못했어요.
하:그런면은 만수를 본받아야해. 프로원년 멤버로 큰 부상없이 몸관리를 잘했으니 진짜 프로선수지. 비결이 뭐니.
만:오직 야구생각만 하는 겁니다. 부상은 `아차'하고 실수할 때 오는데 야구에 집중하면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정:그런 점은 후배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옆에서 보고 느꼈지만 이만수선배는 진짜 야구인이에요. 요즘은 야구에 미친 후배들이 별로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술과 힘이 예전보다 좋아졌으면서도 선수생명이 짧은 겁니다.
하:그건 옳은 말이야. 요즘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 같아. 분위기를 바꿔서 정훈이 결혼 얘기인데. 91, 92년 타격왕을 하면서 잘 나갈때 결혼안하고 이제 노총각으로 늙는 이유가 뭐니.
정:저 아직 젊습니다（웃음）. 결혼한 선배들이 여자는 운동선수에게 악이라고 이야기도 했고 91년 타격왕을 했을때는 29세라 아홉수라고 집에서 결혼을 말렸어요. 또 그때는 프로의 모든 기록을 다 바꿔 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 결혼보다는 야구가 먼저였지요. 그 뒤는 부상이 있었고 명예회복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결혼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하:여자가 운동선수에게 해가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야. 만수는 오히려 결혼한 뒤 더 좋은 성적을 올렸잖아.
만:저는 후배들에게 결혼하라고 권장하고 싶어요. 선수생활을 하는데 가정의 안정이 중요하거든요. 책임감도 생기고요.
하:정훈이는 앞으로 좋은 배필만나기를 바라겠다. 만수에게 궁금한게 있는데 너는 발도 느리면서 도루는 왜 했니. 도루에 성공해서 두손 들고 환호하면 상대방 포수는 꼴이 뭐가 되고.
만:그래도 저 도루 성공률이 높아요（이만수는 프로 16년동안 총 52개의 도루를 기록）. 승부가 끝났을 때 팬들을 위해 하는 팬서비스죠. 승부처에서는 절대 못 뛰죠.
하:참, （김）시진이와 네 아들이 만나서 야구하면 누가 말을 안해도 시진이 아들은 투수하고 네 아들은 포수한다며.
만:정말 그렇더라구요. TV에서 아버지들이 하는 것을 보다보니 자기들도 모르게 그게 몸에 익었나봐요（웃음）.
하:이제 둘다 은퇴를 한 입장에서 선수시절 한국 프로야구의 지도방법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만:지금은 지도방식이 프로야구 발전에 역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옷을 벗어야 하는 풍토속에서 이기는 야구만 하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히려 경기가 재미 없어지고 있어요.
정: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도자들이 한팀에 오래 있으면서 나름대로의 팀컬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지요.
하: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말 한마디씩 하지.
만:오늘이 있기까지 사랑을 보내주신 팬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미국에서 열심히 배우고 또 한국야구의 장점은 가르치면서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정:팬들과 연수를 주선해준 구단이 고마울 뿐입니다. 꼭 좋은 지도자가 돼서 야구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꼭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서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정리＝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