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월드컵메시지] 공격위주 적극적 플레이 펼쳐라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프로축구 대우 감독과 삼성 코치를 지낸 조광래씨（44）가 영국유학중 월드컵축구팀에 전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조씨는 오는 7월까지 유럽에 머물면서 잉글랜드 명문 아스날과 이탈리아 인터밀란 등에서 코치연수를 받는 한편 오는 6월엔 프랑스월드컵을 관전하면서 그때 그때 느낀점을 스포츠조선에 기고형식으로 전할 계획이다.
86멕시코월드컵은 선수로서, 이후에는 참관자로서 3개 월드컵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조씨는 `컴퓨터 링커'라는 별명답게 세계축구의 최신 경향과 월드컵축구팀의 `16강 가는 길'을 정확하게 진단해줄 것이다. [편집자 주]
얼마전 파레이라 전 브라질 감독은 한국축구를 이렇게 평했다.
"한국축구는 유럽팀 못지않은 스피드와 체력, 근성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다만 상대가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압박해 올때 연결해 나오는 플레이가 미숙하다. 체력훈련보다 좁은 지역에서 빠르고 세밀한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레이라씨의 이 말은 한국축구를 아주 정확하게 진단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 월드컵대표팀도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선수로서 참가했던 86멕시코월드컵부터 3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늘 아쉬웠던 점은 이같은 세기（細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대의 전력을 의식해 지나치게 수비위주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않는 게임을 하겠다'는 생각과 `대량실점을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공격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경기를 끝내고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늘 남았던 것이다.
사우디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월드컵에서 16강이나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게임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팀은 상대가 강하면 자기진영으로 물러나서 수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때 두배의 체력소모를 가져오며 당연히 이길 확률도 별로 없다.
한국은 86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1차전（1대3 패）서 전반에 수비에 신경을 쓰다가 2골을 잃은 뒤 후반전에 적극 공세로 나서 흐름을 반전시켰고, 94미국월드컵 독일과의 3차전서（2대3 패）도 3골을 먼저 잃고 막판에 2골을 따라붙었다.
이를 두고 "경기내용은 좋았다"고 만족할게 아니라 소극적인 전략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요즘 한국팀의 경기를 보면 이같은 전례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비지역의 숫자를 늘릴 게 아니라 미드필드를 더욱 강화해 이곳에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공격지향적 자세가 꼭 필요하다. 1승을 거두기 위해선 이기기 위한 전술을 펼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