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살살쳐도 안타되네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쟤가 언제 교타자가 됐지?"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파워히터 삼성 양준혁（29）.
우악스러운 힘 하나로 밀어붙이던 괴물타자가 달라졌다.
현대, LG와의 두차례 시범경기에서 4번타자로 출전한 양준혁의 방망이는 얌전한 새색시의 다듬이질 같았다.
지난 21일 현대와의 개막전.
0_2로 뒤진 6회말 2사 2,3루의 찬스가 양준혁에게 돌아왔다.
예전같으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장타를 노릴법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현대 신인투수 김수경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직구로 승부하자 무리하지 않고 살짝 받아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뿜어냈다.
바깥쪽 공까지 힘으로 잡아당겨 한방을 노리던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
자신에게 몸쪽 공으로 승부할리 없다는 판단에 욕심을 버린 것이 적중했다.
22일 경기서도 방망이를 살살 달래가며 힘들이지 않고 `톡톡타법'을 적용, 2안타를 때려냈다.
2경기서 7타수 4안타（.571） 3타점에 4구 2개.
타구 방향도 중견수쪽 2개와 좌익수, 우익수쪽으로 부챗살처럼 골고루 뻗어 나갔고, 모두 땅볼로 굴러가는 안타였다.
`바깥쪽 공을 무리하게 끌어당기지 말라'는 코칭스태프의 주문이 양준혁의 대변신을 가져온 것.
"힘에는 자신이 있다. 욕심내지 않고 결대로 밀어쳐도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다."
헬멧이 벗겨지도록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는 양준혁의 파워스윙은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함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