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 (3)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바우파는 나무 밑에, 킹파는 바위 옆에 각각 모였다.
누구 할 것없이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더구나 새로 온 놈들은 4마리.
킹파와 함께 사파리 최대 패밀리였다.
게다가 머릿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놈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투사처럼 보였다.
바로 그 점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했다.
바우와 킹이 `저쪽' 보스와 1대1 맞대결을 한다면 막상막하의 팽팽한 싸움을 펼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단체전'에 있었다.
사자의 생리상 1대1 승부는 큰 의미가 없다.
`패싸움'에 강해야 진짜 강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킹파에 비해 바우파가 상대적으로 더 불안한 것도 숫적 열세 때문이었다.
바우파와 킹파가 `비상대책회의'를 하는 사이 새로운 놈들은 어느새 사파리 순환도로가 나있는 `중심가'까지 나왔다.
이들 뒤에는 패트롤카 2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들의 선봉은 역시 눈매가 살벌하게 생긴 데다 갈기털에 검은 털이 많이 박힌 놈이었다.
그의 이름은 `블랙'이었다.
블랙은 레이더로 감시하듯 여전히 사파리를 둘러보고 있었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불에 탄 자국이 남을 만큼 블랙의 눈빛은 번쩍였다.
블랙 일당은 사파리 복판에 다다르자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무리를 지어 앉았다.
앉은 대형(隊形)도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각각 사방을 살피며 완벽한 수비대형을 갖추었다.
사파리라는 새로운 환경에 투입된 만큼 사방을 살피고, 혹시 있을 외부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블랙파'도 먼발치에 있는 바우파와 킹파를 보았다.
블랙은 그들이 이 동네를 석권하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챘다.
`쟤들을 깨부숴야 우리가 살아남는다.'
블랙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블랙이 사파리 기존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는 한편으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의식했다.
바우파와 킹파, 블랙파의 신경전만 치열한 게 아니었다.
블랙파와 함께 들어온 암컷 2마리에 대한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왕이 있으면 `여왕'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