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55)서태후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청나라의 서태후（1835∼1908）는 재색겸비의 여인이었다. 하급관리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10대 후반에 후궁으로 뽑혀갔다.
그녀는 황제의 은총을 받아 팔자를 고치려는 욕망을 남모르게 키웠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궁궐에는 이미 3천명의 후궁들이 황제와의 하룻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전략을 짰다. 그녀는 부지런히 글을 읽었다. 나날이 유식해졌다. 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읽은 것일까.
"황제를 모시게 되면 `뭔가' 보여드려야 할 거 아냐? 얼굴만 예쁜 후궁들은 향기없는 꽃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지."
또하나의 `뭔가'는 황제아들 출산이었다. 황제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궁궐에 들어온지 3년째 되던 해 마침내 기회가 왔다. 그녀는 잉태를 하기 위해 온갖 조처를 취하는 한편 때 빼고 광 냈다.
황제의 침실. 그녀의 몸은 뜨거워져 뒤틀리고, 입은 신음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녀의 얼음처럼 차가운 머리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를 가져야 해. 오 마이 베이비！'
1856년 4월에 아들을 낳았다. 황제는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옆에 불러 말동무로 삼았다.
"공자가 왈하면, 맹자도 왈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되게 유식하네！"
황제는 대화가 되는 그녀가 귀엽기만 했다. `뭔가'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서태후는 이렇게 권력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갔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권력의 화신이 된 그녀가 저지른 악행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그녀는 라이벌 동태후의 추천으로 아들과 결혼한 황후를 못마땅하게 여겨 강제별거시켰다. 아들은 슬픔으로 여러 여자의 품을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다 결국 매독에 걸려 죽었다. 서태후는 며느리도 죽였다.
극도의 사치도 즐겨 60세 생일때는 1천만냥의 비용을 썼다. 국가세입의 6분의1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세계화바람이 불어 외제화장품과 향수를 너무 많이 써서 옆에 가면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헤어스타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머리를 빗어주는 환관 이연영은 북경 안의 유곽을 뒤져 기녀들간에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연구해 서태후의 머리를 꾸며주곤 했다.
그 서태후가 사용했던 침대와 병풍이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계속되는 중국문화대전의 전시품 가운데 일부로 선보이는 것이다.
`서태후 침대'는 쇠보다 무겁다는 흑단나무를 깎아 용이 꿈틀거리는 장식을 새겼다. `서태후 병풍'은 100년에 3.3㎝밖에 자라지 않는다는 오목으로 만들었다. 황양옥을 박아넣은 용의 위용이 대단하다.
중국에서는 용을 황제로, 봉황을 황후로 생각한다. 그래서 용을 위에 두고, 봉황을 밑에 둔다. 그런데 `서태후 병풍'을 보면 이런 상식이 깨진다. 봉황이 용을 꼼짝못하도록 감싸고 있는 것이다. 서태후는 모든 남자들을 졸로 본 여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