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의새-어린숲] 온기로 채색한 '유년의 풍경'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두 30대 작가가 앞뒤로 70년대를 기억하는 소설집을 펴냈다. 소설가 성석제씨(38)와 손종일씨(33)가 내놓은 `궁전의 새'(하늘연못)와 `어린 숲'(전2권．세계사)은 두 작가가 자신들의 유년과 소년시절을 각각 자신들의 방식으로 되돌아본 장편소설이다.
`궁전의 새'는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 `궁전의 새' 등 두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
1부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는 외진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소년 원두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다.
어느날 기타연주자 `기타 리'가 작은마을로 흘러들어온다. 원두는 `기타 리'의 기타 연주에 매혹돼 할아버지의 나락을 훔쳐내 `기타 리'를 읍민노래자랑대회에 출전시킨다. 원두의 `범행'은 발각되고 `기타 리'는 마을을 떠난다.
원두에게 남겨진 것은 이제 40마리의 염소뿐. 원두는 염소들에게 말한다. "너희도 지금 어디 가고 싶어? 너희는 여기서 나하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거야"라고. 작은 마을과 염소가 세계의 전부였던 소년에게 `기타 리'는 바깥세계와 성장의 비밀을 전달해주는 메신저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2부 `궁전의 새'에서는 바보 `진용'이 등장해 혼분식 장려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를 그린다.
손씨가 내놓은 `어린 숲' 역시 다섯살된 `나'가 `바들비'라는 곳에 이사와 일곱살에 그곳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70년, `바들비'에서 여섯살을 맞은 `나'는 5남1녀중 3남. 집안의 실질적 장손임을 자부하는 자칭 천재소년이다.
한시대의 풍속도를 배경으로 깔고있는 이 작품에서 소년은 차츰 성에 눈뜨고 욕지거리를 배워가며 성장한다. 철부지였던 소년은 뱀탕을 해먹고 `아랫도리 힘을 자랑하는 동네 아짐과 아재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던질 줄 알고, 그리고 종당에는 삶과 죽음의 비의까지 깨닫게 된다.
독자들은 소년의 눈을 통해 다시한번 `그@때 그 시절'의 흑백활동 사진을 되돌려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두 작가의 글맛은 요즘의 신세대작가들과는 많이 다르다. 성씨의 능청과 해학은 `궁전의 새'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손씨의 걸쭉한 입심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토속어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