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시어머니' 서정환감독의 후배사랑
기사입력 1998년 03월 18일 15시 17분
★…`감독이냐, 코치냐, 아니면 선배냐.'
프로야구 8개팀 가운데 최연소 사령탑인 삼성 서정환감독（43）의 스타일이 독특하다.
감독쯤 됐으면 팔짱끼고 뒤에서 지켜볼만도 하지만 `며느리 할일에 참견하는 시어머니'마냥 사사건건 간섭하고 나선다.
타자들이 프리배팅을 하고 있으면 배팅 케이지 뒤에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뿜어댄다.
"아 좋아, 진작에 그렇게 쳐야지", "너 홈런왕 할래, 그런 스윙은 골프 칠때나 휘두르는 거지", "뭔가 보여주려고 하지 마라, 네 실력 뻔히 아는데" 등등 타자들에게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목소리까지 쉬었을까.
선수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백인천 전 삼성감독과는 스타일이 180도 다르니 처음에는 선수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친형같고 어떤 때는 코치같은 서정환감독이 선수들에게는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17일 해태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광주구장.
삼성 간판타자인 양준혁이 4회 빗맞은 우전안타를 쳐냈다.
연습경기에서 터뜨린 안타야 별 새삼스러운 것이 없겠지만 양준혁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안타였다.
일본 전지훈련과 국내 연습경기를 통해 7게임만에 처음 뽑아낸 안타였기 때문.
손목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없었던 양준혁은 그동안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만큼이나 시커멓게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서정환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뒤 주장 양준혁을 광주시내 한 음식점으로 따로 데려가 몸에 좋다는 개고기를 한껏 먹였다.
`집채만한' 덩치와 달리 의외로 성격이 여린 양준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하는 말.
"너는 부러진 방망이 갖고도 3할 칠 수 있는 놈이야. 주장으로 부담 많은 거 다 안다. 그런데 사내자식이 그렇게 소심하면 뭐에다 써 먹냐."
양준혁은 후배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서감독이 무척이나 고마웠을 게 틀림없다.
[광주＝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