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냉전의 봄(4)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본능을 참아야 하는 것만큼 고통스런 일은 없다.
`헝그리정신'이 무서운 것도 바로 이같은 까닭이다.
배 고픈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덤비는 상대는 두려움을 모르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웬만한 충격이나 상처를 입어도 승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게 마련이다.
킹파 조직원들은 비록 밥을 굶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식욕보다 더 중요한 성욕을 분출하는 파이프가 막혔다는 점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더구나 바로 코 앞에서 바우파 조직원들이 파트너를 바꿔가며 짝짓기를 즐기는 것을 보고만 있으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킹파에게는 더이상의 인내와 공포심이 없었다.
그동안 참은 것은 국경선을 지키는 패트롤카 때문이었지만 성욕을 해결하지 못하는 수컷은 죽은 목숨과 다를 게 없다는 막다른 생각을 하자 더이상 두려울 게 없어진 것이다.
바우파 식구들은 마치 킹파를 놀리기라도 하듯 킹파 조직원들이 뻔히 보이는 국경선 근처에서 부지런히 허리를 놀렸다.
그날도 시저는 루지를 상대로 열심히 분출작업을 하고 있었다.
루지 역시 시저의 기교에 만족해 행복한 감정의 소리와 표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마음껏 발산했다.
킹파에게는 시저와 루지의 행위가 고문과 다를 게 없었다.
킹파에서 가장 인내력이 모자란 것은 장쇠였다.
장쇠는 눈 앞에서 벌어지는 `잔치'에 그만 자신도 모르게 뛰쳐나가고 말았다.
한걸음에 국경을 넘었다.
장쇠는 저만큼 서 있는 패트롤카를 봤지만 이미 내친 걸음이었다.
시저로서는 사자의 행위시간이 10초 안팎이라는 점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몰랐다.
시저는 루지와의 일을 마치려는 순간 장쇠의 월경(越境)을 목격했다.
월경 목적은 분명했다.
싸움에 자신이 없는 시저는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시저는 뛰면서 바우를 찾았다.
바우는 어디서 암컷을 품고 있는 지 얼른 보이지 않았다.
국경을 넘은 것은 장쇠 뿐만이 아니었다.
두목인 킹은 물론 까미, 칭기즈칸 등 킹파 전원이 국경을 넘어 침공을 한 것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