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여성들 흡연 행진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01시 24분
이기철 기자
"여성도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걷고 싶어요."
15일 오후 2시30분 이화여대 정문앞에서 20대의 젊은남녀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물고 신촌로터리까지 30분간 도보행진를 해 눈길을 모았다.
독립영화단체 지하 창단집단인 `파적'이 `담배맛 좋다' 라는 제목 아래 `한국에서 여성이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담긴 전단 2천장을 만들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집단 퍼포먼스'를 개최한 것.
"우리는 봄날 화창한 도로를 걸으며 담배를 피운다…자연스럽게 기분좋게…많은 여성과 그들의 애인, 뜻있는 남성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 라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며 도보행진을 시작한 남녀 참석자들은 신촌역과 녹색극장앞 등을 지나는 동안 서로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며 목적지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까지 계속 담배를 피우며 걸어갔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 행사를 지켜보며 무슨 행사냐며 묻기도 했지만 직접 참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한 행사의도를 안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 보였다.
데이트를 즐기던 여대생 김모씨(20)는 "외국처럼 거리에서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면 한다"며 이 행사에 동조했지만 남자친구인 김모씨(26．대학원생)는 "아직까지 여성들의 거리 흡연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벼운 설전을 벌이기도.
그러나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씨(52．인천 남구 용현동)는 "남성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것도 보기 좋지않은 데 여성까지 저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파적'의 김정구 회장(28)은 "여성흡연이 성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 행사 또한 여성의 흡연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 행사를 마친 `파적'회원들은 다음에도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집단 퍼포먼스'를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는 지난 13일 `파적'이 PC통신 천리안 `여성학동우회' 비회원 게시판에 행사의도와 동참의 글을 띄우면서 알려졌다.
◇"여성흡연이 성차별의 도구가 되어선 안된다"며 거리행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흡연자와 참가자들. X서영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