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전화부스를 택시로 알고
기사입력 1998년 03월 10일 15시 26분
사실 2차부터 문제는 생긴다.
무슨… 업소에서 `이차 나갈 수 있어?'하면 `그 건 곤란해요. 오늘 아버지 제삿날여서…' 또는 `붉은기를 앞 세운 공산당이 쳐 내려 와서 막아야 해요！'
라고 거절을 하지 않은가.
그래도 2차까지는 그런대로 괜찮다.
3차부터가 문제다. 만약 세계대전이 3차로 이어진다면 전인류가 폭삭∼ 할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그런데 어찌된 건지 술은 3차까지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2차에도 필름이 끊기기 예사인데 3차면 대개 필름 한통을 통채로 분실하기 일쑨데도 말이다.
그들은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의리로 똘똘 뭉친 동료들였다.
그날은 아니 마실 수가 없었다. IMF 바람이 가져 온 `감원'으로 정리해고를 당한 날였기에.
그들은 마시고 또 마시고 취하고 또 취하고… 그야말로 성의있게 마셔댔겠다.
똘마니 "끄윽∼ 과장님！ 아니… 이제 과장 아니지. 형님！ 4차 갑시다. 딸꾹∼."
과장 "무슨 소리야? 이제 여기서 끝내자구！"
다른 똘마니들 "오늘같은 날 안 마시면 언제 마십니까? 4차 가자니까요." 운운….
과장 "방금 그 집이 4차였어. 이제 집으로 가자！"
과장은 비장하게 말을 이었다.
"후배들이여！ 자꾸 이러면 우리가 직장에서 쫓겨난 것처럼 집에서도 아주 버려지게 되노라！"
과장은 끝까지 부하들을 아끼는 사람였다. 택시를 잡아 한명씩 밀쳐 넣고 만원짜리 쥐어 주며 `아저씨, 신당동 부탁해요！' `방배동까지요！' `오류동입니다！'하고 외치며 자기도 맨 나중에 차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내 쿨쿨∼.
새벽 4시.
과장이 심한 갈증에 잠을 깼다. 그러나 그는 주위를 둘러 보고 화들짝 놀랐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자기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4칸으로 이어진 각 전화부스 안에는 후배들 3명이 모두 만원짜리 지폐 한 장씩을 손에 들고 자고 있었다.
그 과장은 그 모습에 엉엉∼ 울고 말았다지.
